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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십사수(勸酒十四首) : 불여래음주칠수(不如來飮酒七首) - 백거이(白居易)

by 산산바다 2021.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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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십사수(勸酒十四首) : 불여래음주칠수(不如來飮酒七首) - 백거이(白居易)

술이나 마시세

 

勸酒十四首〈并序〉

予分秩東都居多暇日閒來輒飲醉後輒吟苦無詞章不成謡詠毎發一意則成一篇凡十四篇皆主於酒聊以自勸故以何處難忘酒不如來飲酒命篇

내가 동도(東都:洛陽)에 살면서 한가로운 날이 많았다. 한가하면 술을 마시고 취하면 시를 읊으니, 만약 시문(時文)이 없었으면 노래를 부르지 못하였을 것이다. 매번 생각이 날 때 한편씩 만들다 보니 모두 14편이 되었는데 모두가 술에 관한 것으로 자작하며 즐기던 것이어서 하처난망주(何處難忘酒)와 불여래음주(不如來飮酒)로 이름 붙였다.

 

 

其一

莫隱深山去(막은심산거) : 깊은 산에 숨어 산다 가지 마시라

君應到自嫌(군응도자혐) : 그대 틀림없이 불평하게 되리니

齒傷朝水冷(치상조수냉) : 아침 물이 차가워 이가 시리고

貌苦夜霜嚴(모고야상엄) : 밤에는 된서리에 얼굴이 트네

漁去風生浦(어거풍생포) : 어부 떠난 포구엔 바람이 일고

樵歸雪滿岩(초귀설만암) : 나무꾼 돌아간 벼랑엔 눈만 수북

不如來飮酒(불여래음주) : 차라리 이리와 술이나 마시며

相對醉厭厭(상대취염염) : 서로 마주하여 실컷 취하여보세.

 

 

其二

莫作農夫去(막작농부거) : 농사꾼으로 살겠다고 하지 마시라.

君應見自愁(군응견자수) : 그대 스스로 시름겨워 하리니

迎春犁瘦地(영춘리수지) : 봄이 되면 척박한 땅을 쟁기질해야 하고

趁晚喂羸牛(진만위리우) : 늦게라도 야윈 소라도 길러야 한다네.

數被官加稅(삭피관가세) : 세금 올리는 관리들 행패 자주 당하고

稀逢歲有秋(히봉세유추) : 풍년드는 해도 더러는 만날 것이네.

不如來飲酒(불여래음주) : 아무리 해봐도 술 마시는 것에 미치지 못하나니

酒伴醉悠悠(주반취유유) : 술과 벗하여 그윽하게 취하여보세.

 

 

其三

莫作商人去(막작상인거) : 장사꾼 되겠다고 하지 말아라.

恓惶君未諳(서황군미암) : 능숙하지 못하니 그대는 놀라 쩔쩔 맬 것이네.

雪霜行塞北(설상행새북) : 눈서리 몰아쳐도 북쪽 변방으로 가야하고

風水宿江南(풍수숙강남) : 비바람 속에서도 강남땅에 유숙해야 한다네.

藏鏹百千萬(장강백천만) : 억만금의 재물을 지녔다 해도

沉舟十二三(침주십이삼) : 열 번에 두세 번은 배가 가라앉으니

不如來飲酒(불여래음주) : 그러니 술 마시는 것만 하겠는가?

仰面醉酣酣(앙면취감감) : 술잔 높이 들어 마시면서 취하고 취하세.

 

* 恓惶(서황) : 놀라 쩔쩔매다. 당황하여 허둥지둥하다. 가난하다.

 

 

其四

莫事長征去(막사장정거) : 멀리 가는 정벌 길에 따라나서지 말게나

辛勤難具論(신근난구론) : 부지런히 종사해도 좋게 평가되기 어렵다네.

何曾畫麟閣(하증화린각) : 어찌 기린각 그림으로 더해지겠으며

只是老轅門(지시노원문) : 막상 군문에 종사하기에는 너무 늙었네 그려.

蟣虱衣中物(기슬의중물) : 옷 속에는 서캐와 이 같은 해충 득실거리고

刀槍面上痕(도창면상흔) : 얼굴에는 칼과 창 맞은 흉터 흉하게 남으니

不如來飲酒(불여래음주) : 술 마시는 것만 같지 못하니

合眼醉昏昏(합안취혼혼) : 눈감고 아득하게 취해보세나

 

* () : 일직이, 이미, 겹치다, 더하다(=)

* 麟閣(린각) : 麒麟閣을 말함, (()나라 선제(宣帝)가 지은 누각(樓閣). 공신(功臣) 11명의 상()을 그려 이 각상(閣上)에 걸었음)

* 合眼 : 두 눈을 붙이다. 잠을 자다. 눈을 감다. 죽다.

 

 

其五

莫學長生去(막학장생거) : 장생한다는 거 흉내 내지 말게나,

仙方誤殺君(선방오살군) : 잘 못된 선방 자네를 죽일 수 있다네.

那將薤上露(나장해상로) : 어찌하여 부추 풀잎에다 이슬을 청할 수 있으며

擬待鶴邊雲(의대학변운) : 학 옆에 구름 머물게 할 생각을 한단 말인가?

矻矻皆燒藥(돌돌개소약) : 부글부글 달여지는 약 마다

累累盡作墳(누루진작분) : 수북수북 쌓여지는 약 찌게미 높아만 가네.

不如來飲酒(불여래음주) : 아무렴 술 마시는 것만 같지 못하니

閑坐醉醺醺(한좌취훈훈) : 한가로이 앉아 얼근하게 취해나 보세.

 

* () : 염교 해, 부추.

* () : 돌 골, (부지런한 모양).

* () : 취할 훈.

 

 

其六

莫上青雲去(막상청운고) : 젊음이 한창이라고 너무 치닫지 말게나

青雲足愛憎(청운족애증) : 젊음이 한창이면 사랑과 미움도 많은 것이라네.

自賢誇智慧(자현과지혜) : 스스로 잘난 줄 알고 지혜로운 척 허풍떨기도 하고

相糾鬥功能(상규두공능) : 서로 모이면 저 잘난 척 다투기도 할 것일세.

魚爛緣吞餌(어란연탄리) : 물고기가 미끼를 물면 문드러지는 것이고

蛾焦為撲燈(아초위박등) : 나방이 등불에 달려들면 타죽는 것이라네.

不如來飲酒(불여래음주) : 차라리 이리와 술이나 마시며

任性醉騰騰(임선취등등) : 제멋대로 몽롱하게 취하보세

 

 

其七

莫入紅塵去(막입홍진거) : 혼탁한 세속에 들지 말라

令人心力勞(영인심력노) : 마음과 정력을 수고롭게 한다.

相爭兩蝸角(상쟁양와각) : 달팽이 두 뿔 위에서 싸운들

所得一牛毛(소득일우모) : 얻는 것은 한 가닥 쇠털 뿐.

且滅嗔中火(차멸진중화) : 잠시 마음 속 불길 걷고

休磨笑裏刀(휴마소리도) : 웃음 뒤에 칼 갈지 말라.

不如來飮酒(부여래음주) : 함께 와서 술이나 마시며

穩臥醉陶陶(온와취도도) : 편안히 누워 흥건히 취해보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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