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여몽득고주한음 차약후기(與夢得沽酒閑飮 且約後期) - 백거이(白居易)
몽득과 술 사서 한가롭게 마시며, 후일을 기약하다.
少時猶不憂生計(소시유불우생계) : 젊어서도 생계에 마음 두지 않았거늘
老後誰能惜酒錢(노후수능석주전) : 늙어서 누가 능히 술값을 아끼랴.
共把十千沽一斗(공파십천고일두) : 우리 일 만전으로 술 한 말 사서
相看七十缺三年(상간칠십결삼년) : 돌아보면 우리 나이 일흔에 세살 모자란다네.
閑微雅令窮經史(한미아령궁경사) : 한가로이 경전과 역사책 뒤져서
醉聽淸吟勝管絃(취청청음승관현) : 취하여 듣는 그대 노래 관현악보다 좋구나.
更待菊黃家醞熟(갱대국황가온숙) : 게다가 국화꽃 지고 국화주는 익는데
共君一醉一陶然(공군일취일도연) : 그대와 술 마시고 거나하게 취하여보자.
* 夢得(몽득) : 劉禹錫(유우석)의 字. 당나라의 시인(772~842).
* 沽酒(고주) : 술을 사다.
* 猶(유) : 조차.
* 十千(십천) : 일만 전(一萬 錢). 이백(李白)의 장진주(將進酒)에 “斗酒十千恣讙謔 : 한 말 술에 만전(萬錢) 주고 실컷 즐기고 농담하였다오.”라는 표현이 있다.
斗酒十千(두주십천)은 술 한 말의 값이 萬錢(만전)이나 나가는 좋은 술로, 魏(위)나라의 진사왕(陳思王) 조식(曹植)이 평락관(平樂觀)에서 연회를 베풀 때 이런 술을 썼다고 한다.
* 七十欠三年(칠십흠삼년):백거이와 유우석은 모두 772년에 태어나 그 당시 67세였다.
* 雅令(아령) : 고상한 주령(酒令). 당나라 때 사대부간의 음주 유희를 말하며, 酒令(주령)은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술을 마실 때에 서로 마시는 방식을 정하는 약속이다.
* 經史(경사) : 경전과 역사.
* 清吟(청음) : 시구(詩句)를 맑게 읊음.
* 菊黄(국황) : 국화가 활짝 피는 시절, 중양절(重陽節)을 말한다.
* 家醞(가온) : 집에서 빚은 술.
* 陶然(도연) : 술이 거나하게 취한 모양. 흐믓함.
이 시는 전당시(全唐詩)에 실려 있으며 당(唐) 문종(文宗) 개성(開成) 2년(837) 백거이(白居易)와 유우석(劉禹錫)이 함께 낙양(洛陽)에 있을 때 지은 시이다. 백거이와 유우석은 만년에 교유가 깊어져 세칭 ‘유백(劉白)’이라고 일컫기도 하였다. 유우석은 태자빈객분사(太子宾客分司)이었으며, 백거이는 태자소부(太子少傅)로 모두 한직(閒職)이었다.
두 사람이 한데 어울려 이미 늙었으니 술이나 마시면서 즐기자며, 국화꽃 피는 날 집에서 빚은 술이 익으면 다시 만나 또 한 번 거나하게 취해보자는 시이다. 전당시(全唐詩)에는 백거이가 지은 유우석에 관한 시가 다수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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