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감흥이수(感興二首) - 백거이(白居易)
느낌이 있어
其一
吉凶禍福有來由(길흉화복유내유) : 길흉화복은 까닭이 있어 따라 오는 것이니
但要深知不要憂(단요심지부요우) : 단지 깊이 알아보되 근심하지는 말아라.
只見火光燒潤屋(지견화광소윤옥) : 불길이 윤택한 집을 태우기는 하여도
不聞風浪覆虛舟(부문풍낭복허주) : 풍랑이 빈 배를 엎었다는 것은 듣지 못하였네.
名爲公器無多取(명위공기무다취) : 명예는 공적인 물건이니 많이 취하지 말라
利是身災合少求(리시신재합소구) : 이득은 내 몸의 재앙이니 조금만 구함이 합당하다.
雖異匏瓜難不食(수리포과난부식) : 사람은 표주박과는 달라서 먹지 않기는 어려우나
大都食足早宜休(대도식족조의휴) : 대강 배부르면 일찌감치 그만 먹음이 마땅하네.
* 潤屋(윤옥) : 윤택한 집.
* 虛舟(허주) : 빈 배. 莊子(장자) 外篇(외편) 山木(산목)에 다음과 같은 표현이 있다.
“人能虛己以遊世(인능허기이유세),其孰能害之(기숙능해지) : 이처럼 사람이 자신을 비워서 세상에 노닐면 누가 해칠 수 있겠습니까!”
* 公器(공기) : 공적인 기구. 관직 따위가 개인의 것이 아니다.
* 雖異匏瓜難不食(수이포과난불식) : 비록 표주박과는 달라서 먹지 않기는 어렵다. 匏瓜(포과) : 박. 뒤웅박.
논어(論語) 양화(陽貨) 제십칠(第十七) 제7장에 나오는 문구이다.
“吾豈匏瓜也哉(오개포과야재)라 焉能繫而不食(언능계이불식)이리오 : 내가 어찌 뒤웅박과 같아서 한 곳에 매달린 채 먹기를 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뒤웅박(匏瓜)은 한 곳에 매달려 있어서 무엇을 마시고 먹을 수가 없으니, 사람은 이와 같지 않다고 한 것이다.
* 大都(대도) : 대강
전당시(全唐詩)에 실려 있는 감흥(感興)2수 중 제1수이며, 길흉화복은 그 이유가 있는 것이니 너무 그것에 집착하지 말고 자기의 분수에 맞는 만족한 삶을 살라는 경구(警句)의 시이다.
백거이(白居易)는 다작 시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젊은 나이에 ‘신악부 운동’을 전개하여 사회, 정치의 실상을 비판하는 풍유시(諷喩詩)와 한적시(閑適詩)를 많이 지었다.
其二
魚能深入寧憂釣(어능심입녕우조) : 깊은 물에 사는 물고기가 낚시 걱정 왜 하고
鳥解高飛豈觸羅(조해고비기촉라) : 높이 날 줄 아는 새가 어찌 그물에 걸리겠나.
熱處先爭炙手去(열처선쟁자수거) : 세도가와 가까워지려다 손을 데인 뒤
悔時其奈噬臍何(회시기내서제하) : 후회할 때 닥치면 어찌 해볼 도리 없네.
樽前誘得猩猩血(준전유득성성혈) : 술항아리 유혹에 넘어가 피 흘리는 성성이 같고
幕上偸安燕燕窠(막상투안연연과) : 장막 위에서 편히 지내다 잡히는 제비 꼴 되는데
我有一言君記取(아유일언군기취) : 내가 해주는 한마디 그대가 적어 새겨두게
世間自取苦人多(세간자취고인다) : 세상 사람들 힘든 일 스스로 불러 겪는다고
* 炙手 : 손을 데다. 손을 따뜻하게 하다. 권세가 왕성한 것을 가리킨다. 두보杜甫는 「麗人行」이란 시에서 ‘炙手可熱勢絶倫, 愼莫近前丞相嗔(양씨 집안 권세가 견줄 데 없이 높으니 / 승상 가까이에서는 노여움 안 사게 삼가야 하네)’이라 했고, 백거이白居易는 「放言」이란 시에서 ‘昨日屋頭堪炙手, 今朝門外好張羅(어제는 집 안팎이 사람들로 붐비더니 / 오늘은 문 밖에 그물 친 듯 쓸쓸하네)’라고 했다.
* 其奈 : 어찌하랴. 어찌 할 도리가 없다. 공교롭게도. 부득이하게. ‘其那’로도 쓴다.
* 噬臍(서제) :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는 것을 가리킨다.
* 猩猩血(성성혈) : 선홍빛을 가리킨다.
* 幕上偸安 : 눈앞의 안락을 추구하는 것을 가리킨다.
* 自取 : 자초하다. 스스로 불러오다. ⟪맹자孟子ㆍ이루상離婁上⟫에서 ‘孔子曰: 小子聽之: 淸斯濯纓, 濁斯濯足矣, 自取之也(공부자께서 말씀하셨다. “제자들아 듣거라.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물이 탁하면 발을 씻는 것은 모두 물을 보고 스스로 결정하여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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