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화비화(花非花) - 백거이(白居易)
꽃이면서 꽃 아니어라
花非花(화비화) : 꽃이면서 꽃 아니고
霧非霧(무비무) : 안개이면서 안개 아니어라.
夜半來(야반내) : 밤 깊어 왔다가
天明去(천명거) : 날 밝아 떠나가더라.
來如春夢幾多時(내여춘몽기다시) : 봄꿈처럼 왔던 것이 얼마나 되던가?
去似朝雲無覓處(거사조운무멱처) : 떠날 때는 아침 구름처럼 간곳이 없어라.
* 來如春夢幾多時(내여춘몽기다시) : 봄날 꿈같기가 얼마이던가? 즉, 꿈속에서 만나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뜻.
* 無覓處(무멱처) : 간 곳을 찾을 수 없다. 覓은 찾을 ‘멱’(찾다).
이 시는 전당시(全唐詩)에 실려 있는 작품으로 송옥의 무산 신녀의 고사를 인용하여 그리운 사람이 꿈에 나타나 아침이면 사라지니 그리움을 채울 수 없다고 표현한 시이다.
전국시대 초(楚)나라의 시인 송옥(宋玉)의 〈高唐賦(고당부)〉 서(序)에 초(楚)나라 회왕(懷王)이 고당(高唐)을 유람하였는데, 그날 밤 꿈에 한 부인이 나타나 스스로 칭하기를 ‘무산신녀(巫山神女)’라 하였다. 회왕은 그녀와 하룻밤 사랑을 나누고, 이별에 임해서 무산신녀가 “저는 무산의 남쪽 고악산(高丘山) 험한 곳에 사는데, 아침엔 구름이 되고 저녁엔 비가 되어 아침이면 아침마다 저녁이면 저녁마다 양대(陽臺) 아래에 있을 것입니다.[妾在巫山之陽 高丘之阻 且爲朝雲 暮爲作雨 朝朝暮暮 陽臺之下]”라고 하였다. ‘雲雨(운우)’는 훗날 남녀 간의 환회(歡會)를 상징하는 말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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