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유오진사시(遊悟眞寺詩) - 백거이(白居易)
오진사에 유람하며 지은 시
元和九年秋(원화구년추) : 때는 원화 9년 가을
八月月上弦(팔월월상현) : 팔월이라, 달은 상현달.
我遊悟眞寺(아유오진사) : 나는 오진사를 유람했는데
寺在王順山(사재왕순산) : 절은 왕순산에 있었다.
去山四五里(거산사오리) : 산을 떠나, 사오 리 쯤 되는 곳
先聞水潺湲(선문수잔원) : 먼저 졸졸 흐르는 물소리 들린다.
自茲捨車馬(자자사거마) : 여기서 말과 수레를 두고
始涉藍溪灣(시섭남계만) : 푸른 개울 굽이를 걸어 건넌다.
手拄靑竹杖(수주청죽장) : 손에 푸른 대지팡이 짚고
足蹋白石灘(족답백석탄) : 여울의 깨끗한 돌을 밟고 지난다.
漸怪耳目曠(점괴이목광) : 점점 이상하게도, 눈과 귀 환해지고
不聞人世喧(부문인세훤) : 세상의 시끄런 소리 들리지 않는다.
山下望山上(산하망산상) : 산 아래서 산 위를 바라보니
初疑不可攀(초의부가반) : 처음에는 오를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誰知中有路(수지중유노) : 안에 길이 있을 줄을 그 누가 알았으랴
盤折通巖巓(반절통암전) : 편평한 바닥길이 꺾여 바위 위까지 통했다.
一息幡竿下(일식번간하) : 번간 아래에서 한 번 쉬었다가
再休石龕邊(재휴석감변) : 돌 감실 곁에서 다시 한 번 쉬었다.
龕間長丈餘(감간장장여) : 감실 간격은 길이가 한 길이 넘었고
門戶無扃關(문호무경관) : 문에는 빗장이 전혀 없었다.
俯窺不見人(부규부견인) : 내려다보니 사람은 보이지 않고
石髮垂若鬟(석발수야환) : 돌에는 풀이 귀밑머리처럼 늘어져 있다.
驚出白蝙蝠(경출백편복) : 흰 박쥐들이 놀라 나오는데
雙飛如雪翻(쌍비여설번) : 쌍쌍이 나는 것이 눈 흩날리듯 했다.
回首寺門望(회수사문망) : 고개 돌려 절문을 바라보니
靑崖夾朱軒(청애협주헌) : 푸른 언덕에 끼어있는 붉은 집이 있다.
如擘山腹開(여벽산복개) : 손톱 같이 산 중턱이 열렸는데
置寺於其間(치사어기간) : 그 사이에 절이 위치해 있었다.
入門無平地(입문무평지) : 절문에 드니 평지는 없었고
地窄虛空寬(지착허공관) : 땅이 좁아 빈 곳도 거의 없었다.
房廊與臺殿(방낭여대전) : 방의 회랑과 누대의 전각이
高下隨峯巒(고하수봉만) : 산봉우리 따라 높아지고 낮아진다.
巖崿無撮土(암악무촬토) : 바위와 낭떠러지에 흙은 조금도 없었다.
樹木多瘦堅(수목다수견) : 나무은 마르고 단단한 것이 많았고
根株抱石長(근주포석장) : 나무뿌리는 길게 돌을 감싸고 있었다.
屈曲蟲蛇蟠(굴곡충사반) : 울룩불룩한 뿌리는 뱀처럼 서리어 있다.
松桂亂無行(송계난무항) : 소나무가 어지러워 다닐 길 없고
四時鬱芊芊(사시울천천) : 사시사철 울창하고 무성했다.
枝梢嫋淸翠(지초뇨청취) : 가지는 늘어져 하늘거리고 빛은 푸르고
韻若風中絃(운야풍중현) : 그 운치는 바람 속의 음악소리 같았다.
日月光不透(일월광부투) : 햇빛과 달빛이 들지 못하여
綠陰相交延(녹음상교연) : 푸른 나무그늘이 섞이고 이어져있다.
幽鳥時一聲(유조시일성) : 그윽한 새소리 때때로 한 번씩 들리니
聞之似寒蟬(문지사한선) : 들으면 마치 가을매미 소리 같았다.
首憩賓位亭(수게빈위정) : 처음에는 빈위정에서 쉬면서
就坐未及安(취좌미급안) : 자리에 앉았으나 편안하지 않았다.
須臾開北戶(수유개배호) : 잠시 북쪽 문을 열어보니
萬里明豁然(만리명활연) : 만 리 먼 곳까지 환하게 밝았다.
拂簷虹霏微(불첨홍비미) : 처마 걸쳐 가랑비에 무지개 서고
遶棟雲回旋(요동운회선) : 마룻대를 둘러 구름이 돌아 흐른다.
赤日間白雨(적일간백우) : 붉은 해가 소나기 사이에 보이는데
陰晴同一川(음청동일천) : 흐리고 개는 것이 한 내에 같이 있다.
野綠蔟草樹(야녹족초수) : 들판의 푸른 기운이 초목에 모이고
眼界呑秦原(안계탄진원) : 내 시야는 진나라 벌판을 삼킨다.
渭水細不見(위수세부견) : 위수는 가늘어 보이지 않고
漢陵小於拳(한능소어권) : 한나라 언덕은 주먹보다도 작다.
却顧來時路(각고내시노) : 물러나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縈紆映朱欄(영우영주난) : 얽히고 굽은 것이 붉은 난간에 비친다.
歷歷上山人(력력상산인) : 산 위의 사람들도 뚜렷하여
一一遙可觀(일일요가관) : 하나하나 멀리서도 볼 수 있었다.
前對多寶塔(전대다보탑) : 앞에 마주보이는 다보탑
風鐸鳴四端(풍탁명사단) : 바람에 풍경소리는 사단을 울린다.
欒櫨與戶牖(란로여호유) : 난 두공과 지게 창
恰恰金碧繁(흡흡금벽번) : 부드러운 장식이 금벽처럼 번화롭다.
云昔伽葉佛(운석가섭불) : 이러기를, 옛날 가섭 부처가
此地坐涅槃(차지좌열반) : 이 땅에 앉아서 열반하였다고 한다.
至今鐵鉢在(지금철발재) : 지금까지 쇠 바리때가 남아있어
當底手跡穿(당저수적천) : 아래에는 손자취가 뚫려있단다.
西開玉像殿(서개옥상전) : 서쪽으로 옥상전이 열려있고
白佛森比肩(백불삼비견) : 흰 부처가 삼엄하게 늘어서 있다.
抖擻塵埃衣(두수진애의) : 흙먼지 붙은 옷을 털고
禮拜永雪顔(례배영설안) : 영설안에 예배하였다.
疊霜爲袈裟(첩상위가사) : 겹겹이 쌓인 눈을 가사로 삼고
貫雹爲華鬘(관박위화만) : 우박을 꿰어 흰 머리로 삼았다.
逼觀疑鬼功(핍관의귀공) : 핍진히 보고 귀신의 공인가 했는데
其跡非雕鐫(기적비조전) : 그 자취는 결코 꾸민 것이 아니었다.
次登觀音堂(차등관음당) : 다음으로 관음당에 오르는데
未到聞栴檀(미도문전단) : 미처 이르지도 않아 전단 향기가 난다.
上階脫雙履(상계탈쌍리) : 계단에 올라 두 신을 벗고
斂足升瑤筵(염족승요연) : 발을 거두어 예배하는 자리에 올랐다.
六楹排玉鏡(륙영배옥경) : 여섯 기둥에 거울은 없고
四座敷金鈿(사좌부금전) : 사방 자리에는 금 세공품을 놓아두었다.
黑夜自光明(흑야자광명) : 칠흑 같은 밤에 절로 빛이 밝아지고
不待燈燭燃(부대등촉연) : 등촉 타는 것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衆寶互低昂(중보호저앙) : 여러 보석들이 번들거리고
碧珮珊瑚幡(벽패산호번) : 푸른 구슬과 산호가 번쩍이었다.
風來似天樂(풍내사천낙) : 하늘 음악처럼 바람이 불어오고
相觸聲珊珊(상촉성산산) : 서로 부딪쳐 그 소리가 쟁쟁거린다.
白珠垂露凝(백주수노응) : 흰 구슬은 늘어진 이슬이 맺힌 듯
赤珠滴血殷(적주적혈은) : 붉은 구슬은 떨어지는 핏방울 같았다.
點綴佛髻上(점철불계상) : 부처 머리 위에 점철되어
合爲七寶冠(합위칠보관) : 합하여 칠보관이 되었다.
雙甁白琉璃(쌍병백류리) : 한 쌍의 병은 흰 유리이고
色若秋水寒(색야추수한) : 색은 가을 물의 차가움과 같았다.
隔甁見舍利(격병견사리) : 병 너머로 사리가 보이는데
圓轉如金丹(원전여금단) : 둥글게 구르는 것이 금단 같았다.
玉笛何代物(옥적하대물) : 옥피리는 어느 시대의 물건인가
天人施祗園(천인시지원) : 천인이 지원에 시주하였다.
吹如秋鶴聲(취여추학성) : 부는 소리는 가을 학의 소리 같아
可以降靈仙(가이강령선) : 신령한 신선을 내려오게 할 수 있었다.
是時秋方中(시시추방중) : 이 때는 마침 가을이었는데
三五月正圓(삼오월정원) : 보름달이 한참 둥글었다.
寶堂豁三門(보당활삼문) : 보당에 확 뚫린 세 개의 문
金魄當其前(금백당기전) : 달이 그 앞에 와있었다.
月與寶相射(월여보상사) : 달과 보당이 마주 보여
晶光爭鮮姸(정광쟁선연) : 수정 빛이 선명함을 다투었다.
照人心骨冷(조인심골냉) : 사람을 비춰 마음과 뼈가 차가운데
竟夕不欲眠(경석부욕면) : 저녁이 다하도록 잠이 오지 않았다.
曉尋南塔路(효심남탑노) : 새벽에 남탑로를 찾으니
亂竹低嬋娟(난죽저선연) : 어지러운 대나무 선연히 늘어져있다.
林幽不逢人(림유부봉인) : 숲이 깊어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데
寒蝶飛翾翾(한접비현현) : 가을나비가 파뜩파뜩 날아다닌다.
山果不識名(산과부식명) : 산속 과일은 이름도 모르는데
離離夾道蕃(리리협도번) : 길게 뻗혀 길을 끼고 무성하였다.
足以療飢乏(족이료기핍) : 배고픈 것을 족히 면할 수 있어서
摘賞味甘酸(적상미감산) : 따다가 그 맛을 보니 달콤새콤하였다.
道南藍谷神(도남남곡신) : 길 남쪽의 푸른 골짜기는 신비롭고
紫繖白紙錢(자산백지전) : 자줏빛 천에는 흰 종이돈이 있었다.
若歲有水旱(야세유수한) : 만약에 한해가 있다면
詔使修蘋蘩(조사수빈번) : 조서를 내려 풀을 깎아버리게 했다.
以地淸淨故(이지청정고) : 땅이 맑고 깨끗한 까닭에
獻奠無葷羶(헌전무훈전) : 비리고 누린 음식을 못 올리게 했다.
危石疊四五(위석첩사오) : 큰 바위가 네댓 개나 쌓여
嵬欹敧且刓(외의기차완) : 높고 기울어지고 또 깎여있었다.
造物者何意(조물자하의) : 조물주는 무슨 의도로
堆在巖東偏(퇴재암동편) : 바위 동쪽에 치우쳐 쌓아놓았는가.
冷滑無人跡(냉골무인적) : 차고 미끄러워 사람 자취 없고
苔點如花牋(태점여화전) : 이끼 얼룩이 마치 꽃종이 같았다.
我來登上頭(아내등상두) : 내가 와서 위쪽으로 올라서
下臨不測淵(하림부측연) : 아래를 보니 못을 헤아릴 수 없었다.
目眩手足掉(목현수족도) : 눈이 어지럽고 팔다리가 흔들려
不敢低頭看(부감저두간) : 감히 머리를 숙이고 살펴보지 못했다.
風從石下生(풍종석하생) : 바람은 돌 아래에서 일어나고
薄人而上搏(박인이상박) : 사람을 하찮게 여겨 올라가 친다.
衣服似羽翮(의복사우핵) : 의복은 날개 같아서
開張欲飛騰(개장욕비등) : 펼쳐서 날아오르고 싶었다.
巍巍三面峯(외외삼면봉) : 높고 높은 삼면의 산봉우리
峯尖刀劍攢(봉첨도검찬) : 칼끝을 모아 놓은 듯 뾰족한 봉우리.
往往白雲過(왕왕백운과) : 가끔씩 흰 구름이 지나가고
決開露靑天(결개노청천) : 구름 터진 틈으로 푸른 하늘 드러난다.
西北日落時(서배일낙시) : 서북으로 해가 넘어갈 시간
夕暉紅團團(석휘홍단단) : 저녁 햇볕 붉게 둥글었다.
千里翠屛外(천리취병외) : 푸른 병풍 밖, 아득한 천 리
走下丹砂丸(주하단사환) : 붉은 둥근 모래판으로 달려 내려갔다.
東南月上時(동남월상시) : 동남쪽에 달 뜰 시간
夜氣淸漫漫(야기청만만) : 밤기운은 맑고 질펀하였다.
百丈碧潭底(백장벽담저) : 백 길이나 되는 푸른 못 아래
寫出黃金盤(사출황금반) : 황금빛 둥근 쟁반이 쏟아져 나왔다.
藍水色似藍(남수색사남) : 푸른 물, 물빛은 쪽빛 같았고
日夜長潺潺(일야장잔잔) : 밤낮으로 길게 졸졸 흘러갔다.
周廻繞山轉(주회요산전) : 주변을 돌아 산을 둘러 돌아가니
下視如靑環(하시여청환) : 아래로 내려 보니 푸른 고리 같았다.
或鋪爲慢流(혹포위만류) : 혹은 퍼져 천천히 내려가고
或激爲奔湍(혹격위분단) : 혹은 부딪쳐서 빠른 여울물이 된다.
泓澄最深處(홍징최심처) : 가장 깊은 곳은 넓고도 맑아서
浮出蛟龍涎(부출교룡연) : 교룡의 침처럼 둥둥 떠서 나온다.
側身入其中(측신입기중) : 몸을 비스듬히 그 안으로 들이면
懸磴尤險難(현등우험난) : 돌길이 매어달린 듯이 더욱 험난하다.
捫蘿蹋樛木(문나답규목) : 덩굴 붙잡고, 굽은 나무 밟으며
下逐飮澗猨(하축음간원) : 계곡물 마시는 원숭이를 아래로 쫓는다.
雪迸起白鷺(설병기백노) : 눈이 흩어지니 백로가 놀라 일어나고
錦跳驚紅鱣(금도경홍전) : 붉은 상어에 놀라 비단결처럼 뛰어오른다.
歇定方盥漱(헐정방관수) : 쉴 곳을 정하고 세수하고 양치하여
濯去支體煩(탁거지체번) : 다 씻고 나니 팔다리가 피곤하였다.
淺深皆洞徹(천심개동철) : 옅고 깊은 모든 골짝물이 투명하니
可照腦與肝(가조뇌여간) : 가히 뇌와 간이라도 비출 것 같았다.
但愛淸見底(단애청견저) : 오직 바닥 보이는 맑음이 좋아
欲尋不知源(욕심부지원) : 찾으려 했으나 그 근원을 알지 못했다.
東崖饒怪石(동애요괴석) : 동쪽 언덕에는 괴석이 많고
積甃蒼琅玕(적추창랑간) : 돌을 쌓아놓은 것이 푸른 옥돌 같았다
卞和死已久(변화사이구) : 변씨와 화씨가 죽은 지 오래되어
良玉多棄捐(량옥다기연) : 좋은 옥돌이 많이도 버려졌었다.
或時洩光彩(혹시설광채) : 혹 때때로 광채를 끌어들이고
夜與星月連(야여성월련) : 밤에도 별과 달이 이어졌다.
中頂最高峯(중정최고봉) : 가운데 꼭대기가 최고봉이라
拄天靑玉竿(주천청옥간) : 하늘을 받치는 푸른 옥 줄기 같도다.
형령上不得(형령상부득) : 올라가려 해도 갈 수가 없으니
豈我能攀援(개아능반원) : 어찌 내가 능히 잡아당겨 갈 수 있을까
上有白蓮池(상유백련지) : 위에는 백련지 연못이 있어
素葩覆淸瀾(소파복청란) : 흰 꽃이 푸른 물결을 덮었구나.
聞名不可到(문명부가도) : 이름을 들었어도 가보지 못했으니
處所非人寰(처소비인환) : 사는 곳이 사람의 세계는 아니었으리라.
又有一片石(우유일편석) : 또 한 조각, 돌이 있는데
大如方尺甎(대여방척전) : 크기가 사방 한 자의 벽돌과 같았다.
揷在半壁上(삽재반벽상) : 벽 절반 위에 꽂아 두었으니
其下萬仞懸(기하만인현) : 그 아래로 만 길이나 매달려있었다.
云有過去師(운유과거사) : 사람들이 이르기를, 과거에 스님이 있었는데
坐得無生禪(좌득무생선) : 앉아도 선을 이루지 못했었단다.
號爲定心石(호위정심석) : 정심석이라 이름을 지어
長老世相傳(장노세상전) : 노인들이 대대로 전하여왔다.
却上謁仙祠(각상알선사) : 물러나 신선 사당에 올라가 아뢰니
蔓草生綿綿(만초생면면) : 덩굴풀이 면면히 자라났도다.
昔聞王氏子(석문왕씨자) : 옛날에 들으니, 왕씨의 자식
羽化升上玄(우화승상현) :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랐다고 했다.
其西曬藥臺(기서쇄약대) : 그 서쪽에 쇄약대가 있는데
猶對芝朮田(유대지출전) : 여전히 지출전과 마주보고 있다.
時復明月夜(시복명월야) : 때로 다시 밝은 달 뜬 밤이면
上聞黃鶴言(상문황학언) : 황학의 말이 위에서 들린다고 하였다.
廻尋畫龍堂(회심화룡당) : 돌아서 화룡당을 찾았더니
二叟鬚髮斑(이수수발반) : 두 늙은이가 수염이 반백이었다.
想見聽法時(상견청법시) : 생각해 보니, 불법을 들을 때
歡喜禮印壇(환희례인단) : 예인단을 보면서 기뻐하였으리라.
復歸泉窟下(복귀천굴하) : 다시 천굴 아래로 돌아와
化作龍蜿蜒(화작룡완연) : 바꾸어서 용완연을 만들었다.
階前石孔在(계전석공재) : 계단 앞에는 돌구멍이 있는데
欲雨生白煙(욕우생백연) : 비가 내리려 하면 흰 연기가 생긴단다.
往有寫經僧(왕유사경승) : 왕년에 경전을 베끼는 중이 있었는데
身靜心精專(신정심정전) : 몸은 고요하고 마음은 정성스럽고 순수했다.
感彼雲外鴿(감피운외합) : 저 구름 밖 비둘기 느끼어
羣飛千翩翩(군비천편편) : 수 천 번을 퍼덕이며 떼 지어 날았다.
來添硯中水(내첨연중수) : 내려와 돌 속에 물을 보태고
去吸巖下泉(거흡암하천) : 날아가서는 바위 아래 샘물을 들이킨다.
一日三往復(일일삼왕복) : 하루에 세 번 씩 왕복하면서
時節長不僣(시절장부참) : 시절마다 언제나 교만하지 않았다.
經成號聖僧(경성호성승) : 자신을 다스려 이루어 성승이라 불렸는데
弟子名揚難(제자명양난) : 제자를 양난이라 명명하였다.
誦此蓮花偈(송차련화게) : 이 연화의 게송을 외웠는데
數滿百億千(삭만백억천) : 그 수가 백억 천 개를 채웠다.
身壞口不壞(신괴구부괴) : 몸은 부서져도 입은 부서지지 않았으며
舌根如紅蓮(설근여홍련) : 혀는 붉은 연꽃 같았다.
顱骨今不見(로골금부견) : 해골은 지금 보이지 않지만
石函尙存焉(석함상존언) : 돌함에는 아직도 그것이 남아있다.
粉壁有吳畫(분벽유오화) : 가루 발린 집에는 오도자의 그림이 있었는데
筆彩依舊鮮(필채의구선) : 붓으로 그린 채색그림이 옛날처럼 선명하였다.
素屛有褚書(소병유저서) : 흰 병풍에는 저수량의 글씨가 있었는데
墨色如新乾(묵색여신건) : 먹빛이 금방 말라 버린 것 같았다.
靈境與異跡(령경여리적) : 신령한 경지와 이색적인 자취들
周覽無不殫(주람무부탄) : 두루 살려보아도 끝이 없었다.
一遊五晝夜(일유오주야) : 한 번 돌아다니면, 오 일 밤낮 다녔고
欲返仍盤桓(욕반잉반환) : 돌아가려하니 머뭇거려졌다.
我本山中人(아본산중인) : 나는 본래 산에 사는 사람인데
誤爲時網牽(오위시망견) : 잘못 시대의 거물에 끌려들었다.
牽率使讀書(견률사독서) : 나를 끌고 와서 책을 읽게 하고
推挽令效官(추만령효관) : 나를 추천하여 관리가 되게 하였다.
旣登文字科(기등문자과) : 이미 문학으로 과거에 올라
又忝諫諍員(우첨간쟁원) : 욕되게도 간쟁하는 관리가 되었다.
拙直不合時(졸직부합시) : 졸렬하게 곧아서 시대에 맞지 않아
無益同素餐(무익동소찬) : 유익이 없으면서 녹만을 함께 먹었다.
以此自慚惕(이차자참척) : 이 때문에 스스로 부끄럽고 두려워
戚戚常寡歡(척척상과환) : 불안해하면서 항상 기뻐하는 일이 적었다.
無成心力盡(무성심력진) : 일은 이루지 못하면서 심력은 다하여
未老形骸殘(미노형해잔) : 늙지도 않았는데 몸은 이미 쇠약해졌다.
今來脫簪組(금내탈잠조) : 이제 비녀의 끈을 풀고 벼슬길에서 물러나니
始覺離憂患(시각리우환) : 비로소 근심에서 벗어났음을 깨달았도다.
及爲山水遊(급위산수유) : 산수에 노닐게 되어
彌得縱疎頑(미득종소완) : 내게 소홀하고 완고함이 가득 하여도
野麋斷覇絆(야미단패반) : 들판의 사슴처럼 구속됨을 끊어버렸다.
行走無拘攣(항주무구련) :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구속됨이 없어
池魚放入海(지어방입해) : 못 속의 물고기를 놓아 주어 바다로 들게 하였다.
一往何時還(일왕하시환) : 한 번 가면, 어느 때나 돌아오나
身著居士衣(신저거사의) : 몸에는 거사의 옷을 입고
手把南華篇(수파남화편) : 손에는 도덕경을 들고 돌아다녔다.
終故此山住(종고차산주) : 끝내는 고향의 이 산에 머물러 살며
永謝區中緣(영사구중연) : 영원히 이 땅 안의 인연에 감사한다.
我今四十餘(아금사십여) : 나는 이제 마흔 살이 되었지만
從此終身閑(종차종신한) : 지금부터 죽을 때까지 한가로우리라.
若以七十期(야이칠십기) : 만약 칠십 살이 내 생애라면
猶得三十年(유득삼십년) : 여전히 삼십 년은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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