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추하형문(秋下荊門) - 이백(李白)
가을에 형문을 내려가며
霜落荊門江樹空(상락형문강수공) : 형문산(荊門山)에 서리 내려 강가 나무 앙상하고
布帆無恙掛秋風(포범무양괘추풍) : 가을바람에 돛 달고 가는 뱃길 무사하네.
此行不為鱸魚鱠(차행불위로어회) : 이번 여행은 농어회 때문이 아니라
自愛名山入剡中(자애명산입섬중) : 명산이 좋아서 섬중(剡中)으로 가는 것이라네.
* 형문산(荊門山) : 호북성(湖北省) 의도현(宜都縣) 서북쪽 장강 부근에 있으며, 북쪽으로 호아산(虎牙山)을 마주보고 있다. 산의 형세가 문을 여닫는 모습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전국시대 초나라(초나라의 옛이름이 형(荊)이다)의 서쪽 관문 역할을 하였다.
* 江樹空(강수공) : 강가의 나무들이 가을에 잎이 떨어져 앙상한 모양.
* 布帆無恙(포범무양) : 천으로 만든 배의 돛이 무사하다. 여행을 무사히 계속한다는 뜻. 布帆은 베로 된 돛을 말한다. 恙은 근심 ‘양’.
진(晋)나라 유명한 화가인 고개지(顧愷之)의 고사를 인용하였다. 고개지가 형주자사(荆州刺史) 은중감(殷仲堪)의 참모로 있다가 휴가를 받아 집으로 갈 때 은중감이 돛단배를 빌려주어 고향에 돌아오는 길에 풍랑을 만났으나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 은중감에게 서신을 올려 ‘나그네 무사하고 돛폭도 무사하다(行人安稳,布帆无恙)’라고 하여 여행의 무사함을 ‘포범무양’이라는 말이 생겨나게 되었다.
* 鱸魚鱠(노어회):농어회. 오(吳)나라 장한(張翰)의 고사를 인용하였다.
장한(張翰)은 강동(江東) 사람인데 종사관(從事官)으로 있다가 어느날 가을바람이 불어오자 고향인 강동 지방의 별미인 농어회와 순채나물을 그리워하여 탄식하기를 ‘인생은 뜻에 맞음을 귀하게 여길 뿐이다. 부귀가 무슨 소용인가.’ 하고는 마침내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갔다.<晉書(진서)><文苑傳(문원전)>
* 이백의 行路難三首(행로난 삼수 중 제3수)에 “그대는 보지 못했나, 오나라 사람 장한(張翰)이 달관한 삶이라 일컬어짐은 가을바람에 문득 강동(江東)으로 떠날 생각했다네.
* 섬중(剡中) : 지금의 절강성(浙江省) 승현(嵊縣)과 신창현(新昌縣) 일대. 광박물지(廣博物志)에 “섬중에는 명산이 많아 재난을 피할 만하다. 그러므로 한나라, 진나라 이래로 은일지사가 많았다. 옥주산과 천모산이 바로 그곳이다.”라고 하였다.
* 이 시는 전당시(全唐詩)에 실려 있으며 당(唐) 현종(玄宗) 개원(開元) 13년 (725) 이백이 재차 아미산(峨眉山)에 유람을 갔을 때 지은 시로 청계(淸溪), 유주(渝州), 삼협(三峡)을 거쳐 촉으로 가 형문으로 가는 도중에 지은 시이다.
가을의 형문산을 묘사하면서 진나라의 고개지의 고사와 오나라 장한의 고사를 인용하여 여행의 의미를 표현한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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