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西山大師 禪詩 서산대사의 선시
눈내린 들판을 밟아갈 때에는
踏雪野中去하야 (답설야중거) : 눈 내린 들판을 밟아갈 때에는
不須胡亂行이라 (불수호란행) : 모름지기 그 발걸음을 어지러이 하지 말라
今日我行跡은 (금일아행적) : 오늘 걷는 나의 발자국은
遂作後人程이라 (수작후인정) :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리라.
재상 소세양의 운을 따라 진기대사에게 줌
한산(寒山)의 한 손가락 끝에
두렷한 달이 멀리 떠 오른다.
달을 보다가 이내 손가락 잊고
손가락 잊자 달 또한 잊었네.
돌,손을 들고 머리를 들매 바람과 비가 시원하거니
장부가 어찌 구태어 공왕(空王)을 섬길 것인가.
원각(圓覺)의 큰 가람(伽藍)이
모든 것 거두어 남김이 없는데
주인(主人)은 긴 밤을 자지 않고
밝은 달은 창(窓)에 가득하네.
아하하.........
크게 한 번 웃고, 말없는 양구처(良究處)에
천(千)조각의 지는 꽃 교묘하게도 서로 같구나.
생(生)은 무엇이며 죽음은 무엇인가
생사가 모두 빈 이름일 뿐.
결박을 벗음이 어제의 꿈 같으니
활로(活路)가 트이고 또 트였네.
천지(天地)를 있는대로 쥐었다 폈다 하고
저 밝은 해와 달을 삼켰다 토했다 하면서
하나의 바리때와 한 벌 옷으로
기세등등(氣勢騰騰)하게 자유로이 살아가네.
寒山一指頭 圓月上蒼蒼
月見因忘指 忘指月亦忘
돌 擧手擧頭風雨快 丈夫何必事空王
圓覺大伽藍 攝盡無遺餘
主人長不夢 明月入窓虛
阿阿阿
一笑無言良久處 落花千片巧相如
生伊마死伊마 生死總虛名
縛脫如昨夢 活路平復平
縱奪天地量 呑吐日月明
一鉢兼一衲 騰騰自在行
* 空王: 공왕불, 즉 세계가 완전히 파괴되어 아무 것도 없는 때에 출
현하는 부처
돌(口出) : 자체가 뜻을 지니고 있지 않으나 선가에서 선문답을 하
거나 선지를 펼 때 말과 행동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경계
를 표현하는데 쓰이기도 하며 앞에 한 말과 행동으 부정
하는 뜻으로도 쓰인다. 사물의 진면목은 언어의 길이 끊
기고 마음과 행이 멸한즉 사량분별이 끊긴 것이기 때문
에 이같은 표현을 쓴다고한다.
숭의선자가 청허를 찾다
청허의 주인을 알고자 하는가
그대 나를 보지만 나의 진실은 보지 못하누나
모름지기 알 것이 흰구름밖에
기이한 봉우리는 따로 있느니
행주선자에게
십 년을 사람되기 공부하였으니
쌓인 번뇌 얼음처럼 녹았으리
대장경 보기를 다하고
향 사르며 다시 주역을 읽네
나를 잊고 또 세상을 잊으니
퇴연한 이 한 몸뿐이라
밤 깊고 바람마저 고요한데
소나무 달 그림자 사람을 침노하네
흰 구름으로 옛 벗을 삼고
밝은 달이야 한 생애일레
만학천봉 속에서
사람을 만나면 차를 권하리
불일암
깊은 산속 절에는 붉은 꽃비 내리고
우거진 대숲은 푸른 연기라
흰구름은 산마루에 엉키어 자고
푸른 학은 중을 짝하여 조는구나
가야에 놀다
낙화의 향기 마을에 가득한데
숲 너머에서는 새소리 정답게 들려오네.
묻노니 절은 어디에 있는고
봄산에 구름이 절반일세
일선자에게게
삼교는 크고 둥근 거울이요
문장은 자못 하나의 기능에 지나지 않네
헛된 공부는 한갓 말의 땀을 낼 뿐이매
모래밥이요 얼음에 조각함일세
생각하고 헤아림은 귀신의 굴이요
문자 또한 찌꺼기일 뿐이네
어느 종지를 깨쳤느냐 묻거든
몽둥이질을 하되 빗방울이 듣듯이 하라
운유
발우를 씻고 향사르는 일 외에는
인간사 모른다네
스님 깃들인 곳 생각하거니
솔과 전나무 맑은 바람에 시끄러우리
나물뿌리 씹고 누더기 입었으니
꿈엔들 인간사에 이르지 않네
늙은 소나무 아래 높이 누웠으니
구름도 한가롭고 달 또한 한가롭네
병 속의 새요
꿈 속의 사람이로다
세상의 이익을 애써 구하는 이
업의 불길에 섶을 더하는 것일세
남쪽으로 가는 길에서
인간의 일이 우습구나
높은 재주 지닌 사람은 집을 이루지 않네
차가운 창가의 늙은 선비
이를 만지며 생애를 이야기하네
* 이: 몸에 기생하는 이를 말함
덕의선자에게
나의 집에 보배로운 촛불 있거니
우습구나 서쪽에서 온 등불이라
깊은 산 황매산의 소식이
죽반승에게 전해졌구나
* 황매산 : 황매산의 오조 홍인대사가 육조 혜능에게 밤중에
몰래 법을 전하였음
죽반승 : 하는 일 없이 죽이나 치우고 밥이나 먹는 승려
봉성을 지나다 낮닭의 울음소리를 듣고
머리는 희었으되 마음은 늙지 않았다고
고인은 일찍이 말하였거니
이제 닭 우는 소리 한 번 들으매
장부의 할 일을 다했네
홀연히 나를 알고 보니
모든 일이 다만 이렇거니
만천금의 보장이
본래가 하나의 빈 종이일세
* 보장(寶藏) : 중생을 괴로움에서 구하는 묘법을 보배에 비유하고 그
묘법을 쓴 경전을 보장이라고 한다
법장대사
그림자 없는 나무를 베어 오고
물거품을 불에 태웠네
우습구나 저 소를 탄 사람
소를 타고서 소를 찾누나
심선자의 행각
고목은 봄빛을 이별하였고
영양은 뿔을 돌에 걸었네
산천을 유람하여 마쳤으니
나에게 짚신 값을 돌려다오
도홍을 구하는 선자를 경계함
마음이 나는 곳에 죄가 있나니
어둠 속에 귀신이 많으니라
용미연을 구하지 말라
멀리 쫓아와 주는 사람에게 부끄러우리라
*도홍 (陶泓) : 벼루의 다른 이름
*용미연(龍尾硯 ) : 벼루의 이름. 당나라의 괴오가 용미연을 가졌는
데 친구가 갖고 싶어하면서도 말을 하지 못하였
고, 괴오도 마음으로 주기로 허락하였으나 아직
주지 못하고 있던 어느 날, 친구가 말을 하지 아
니하고 돌아감에 쫓아가서 벼루를 주며 '내가 아
낀 것이 아니라'하였다.
임종게
천 생각 만 가지 헤아림이
붉은 화로에 한 점 눈이로다
진흙으로 만든 소가 물 위를 가나니
대지는 허공을 찢누나
약산 모정
나의 성품 본래 취한 것 아니거니
누가 나 홀로 깨어 있다 말했느뇨
달 잠기니 서해가 어두워지고
구름 걷히니 북산이 푸르구나
큰 들에는 오직 어화뿐이요
넓은 하늘에는 다만 새벽 별이로다
사람이 망망한 밤에 앉았으니
온 천지가 하나의 모정일레라.
* 굴원의 어부사에 '세상사람 다 취했는데 나 홀로 깨어있네'란 시가 있음
모정 : 초가집
벽천선화자에게
공안을 분명히 드는가
뜨지도 말고 잠기지도 말아야
비고 밝기가 물의 달 같을 것이며
늦추고 급하기는 거문고를 고르듯이 하라
병든 사람이 의원을 구하는 뜻이요
어린아이 어미 그리는 마음이라
공부를 친절히 하는 곳
붉은 해 동녘 멧부리에 오르리
백련선화자에게
서방을 염불하는 법은
결정코 생사를 뛰어넘는 것이니라
마음과 입이 만약 상응하면
왕생은 손가락 퉁기는 것과 같으리라
일념으로 연꽃을 밟는 것이
누가 일러 팔천리라 하는고
공을 이루고 명 다하기 기다리면
큰 성인이 와서 그대를 맞으리라
또 진기에게
변하지 않는 것을 진(眞)이라 하고 일과 접촉하는 것을 기(機)라 한다.
어떤 사람은 중생이 진에서 나와 진으로 사라진다 하였고, 어떤 사람은
기에서 나와 기에 들어간다고 하였다. 이것은 비록 달인의 말이지만 모
두가 상대를 면치 못하는 것이고, 명목을 세우는 것이니 사람으로 하여
금 더욱 법박(法縛)을 더하게 할 뿐이다. 나의 안에 본래 망령됨이 없거
늘 어디에 진이 있어 얻을 수 있으며, 본래 일이 없는데 어디에 기가 있
어 세울 수 있겠는가. 세상에 뛰어나 높은 선비가 되고자 하거든 부디
높은 곳에 착안(着眼)하라. 아, 대장부의 한 마디 말과 하나의 행동이
천지를 흔들고 귀신을 감동시키며, 봄과 가을을 호흡하고 해와 달을 삼
키고 토하나니 어찌 헛되게 하겠는가. 우선 망(妄)과 기(機) 두 자로서
하나의 율시를 지어보인다.
나의 대원경에는
본래부터 범부와 성인이 없네
기를 잊으니 불도가 융성하고
분별하면 마군이 성하네
눈 속의 꽃을 버리려 하거든
먼저 마음의 병을 없애라
장풍이 문득 구름을 쓸어버리면
하늘의 달이 창에 와 비치리라
* 법박 : 불법을 구하여 거기 지나치게 집착하여 헤어나지 못함
대원경(大圓鏡) : 부처님의 경계, 또는 사람이 본래 지닌 순수한 성품,
거울에 한 점의 티끌도 없이 삼라만상이 있는 그대로
비추어 모자람이 없듯 사람의 본래 성품도 그와 같음
을 비유함.
성눌선자에게
삼도의 고해을 면하려거든
모름지기 육조의 선에 들라
광음을 진실로 아껴야 하나니
신중할 것이며 등한히 졸지말라
달을 실은 뱃사공 가엾고
승려를 깨우치는 죽비가 부끄럽네
묘향산의 흐르는 물은
몇 강의 모래를 씻어야 다하려느뇨
염불과 참선
성공하면 그 이치에 다름이 없나니
몸과 마음을 놓아 버리면
고목에 반드시 꽃이 피리라.
벽천선자에게
번쩍이는 번개의 빛 속에 앉아
사람을 대하니 능히 죽이고 살리네
머리도 꽁지도 없는 몽둥이로
허공의 뼈를 쳐서 깨뜨리네
십 년을 밤송이 삼켰건만
아직도 야호정일세
만냑 생사와 대적하려거든
불꺼진 재 속에서 한 소리 터지라
불법을 더 알려 하지 말고
세 서까래 밑에 크게 누우라
도인은 마땅히 어리석고 둔해야 하나니
나로 하여금 남전을 생각케 하네
* 야호정(野狐精) : 선을 배웠으나 아직 깊은 경계에 이르지 못하였으
면서도 스스로 깨쳤다고 자부하는 정신, 또는 그러
한 사람. 때로는 참선하는 데 길을 잘못 든 사람을
이르기도 함.
세 서까래 : 작은 암자
남전(南泉) : 중국스님 보원(寶願).
회암사의 방장에 쓰다
잡신과 야귀의 굴에
눈 밝은 납승이 살았네
조사를 삶아먹고 부처를 삶아먹나니
신광이 태허에 번쩍이네
희기는 적적하고 푸르기는 요요하며
비기는 삭삭하고 붉기는 조조한네
돌 이 무슨 경계인고
언덕 위에 풀빛 우거지니
들불이 태우지 못하네
이환선자에게
한평생 일이 없어 구름 사이에 누웠으니
소동파의 한나절 한가로움이 우습구나
득실과 시비를 다 버리고
절름발이 자라를 장난삼아 삼산을 이네
* 삼산 (三山) : 동해에 산이 있는데 뿌리가 없어서 이리저리 떠다니
므로 옥황상제가 자라를 시켜서 머리에 산을 이고 있
게 하였다는 말이 있음
장벽송
선화 너에게 장벽(墻壁)의 뜻을 묻노니
마음도 아니고 도도 아닌 것, 그것이 무엇인고
모름지기 바르고 치밀하고 상세하게 참구하여야
비로소 모든 인간이 쉬고 달마를 보리라
인휘선자에게
한 생각 착한 마음이 나면
부처님이 마왕의 집에 앉는다
한 생각 악한 마음이 나면
마왕이 부처님의 집에 걸터 앉는다
선과 악을 모두 잊으면
마왕과 부처님이 어느 곳에 나타날꼬
이 악마가 이르지 못하는 곳을
중생은 날마다 쓰면서 모른다
부처님이 이르지 못하는 곳에
모든 성인이 인연 따르는 것 알지 못하니
필경 이것이 무엇인고
외로운 달 홀로 비쳐 강산이 고요한데
스스로 웃는 한 소리에 천지가 놀라는구나
돈교송
만약 불성을 보고자 하면 마음이 불성인 줄을 알라
만약 삼도를 멸하고자 한다면 마음이 삼도인줄 알라
정진이 곧 석가요 직심이 아미타불이다
명심은 문수보살이요 원행은 보현보살이다
자비는 관음보살이요 보시는 세지보살이다
진심은 지옥이요 탐심은 아귀이다
치심은 축생이요 음욕과 살생도 또한 이와 같다
마음을 일으키는 것은 천마요
일으키지 않으면 음마이니라
혹 일으키고 혹 일으키지 않는 것을 번뇌마라 한다
우리의 정법에는 본래 이런 일이 없다
그대가 굳이 이 일을 알려하거든
금강도를 쾌히 들어라
회광하는 한 생각 속에 만법이 모두 환을 이룬다
놓아버리고 또 놓아버리면
그 옛날 천진한 면목이 돌아오리라
청허가
그대 거문고 안고 늙은 소나무에 기대었으니
늙은 소나무는 변하지 않는 마음이로다
나는 긴 노래 부르며 푸른 물가에 앉았으니
푸른 물은 빈 마음이로다
마음이여, 마음이여
오직 나와 그대 뿐이로다
산은 스스로 무심히 푸르고
산은 스스로 무심히 푸르고
구름 또한 무심히 희도다
그 가운데 한 사람 앉았으니
그 또한 무심한 길손이로다.
山自無心碧 雲自無心白
其中一上人 亦是無心客
옛일을 추억함
지난 밤 강남(江南)의 비에
동정호(洞廷湖)의 가을 물은 깊었나니
외로운 조각배의 나그네
달밤에 천리를 그리누나
昨夜江南雨 洞庭秋水深
一葉孤丹客 客中千里心
찬불
남이 보는 것도 허망함이 아니요
나를 깨닫는 것도 역시 무생(無生)이로다
출세하여 무엇을 노래하랴
사람마다 본래가 태평한 것을.....
觀他也不妄 覺自亦無生
出世訶何事 人人本太平
삼몽사
주인은 손에게 제 꿈 이야기하고
손은 주인에게 제 꿈을 이야기하누나
이제 두 꿈 이야기하는 나그네
이 또한 꿈속의 사람일세
主人夢說客 客夢說主人
今說二夢客 亦是夢中人
이수재에게
만 권의 책을 지루하게 읽어
옛 일을 논하고 또 오늘의 일을 논하지만
학문을 쌓음은 다른 재주 익히고자 하는 것 아니라
오직 나의 마음을 거두는 데 있느니.
남남書萬券 論古亦論今
積學非他術 只要攝我心
도운선자(道雲禪子)
중이 한평생 하는 일이란
차(茶)를 달여 조주(趙州)에게 올리는 것
마음은 재가 되고 머리 이미 희었나니
어찌 다시 남주(南洲)를 생각 하리오
衲子一生業 烹茶獻趙州
心灰髮已雪 安得念南洲
*남주: 부처님이 태어난 인도를 말함.
좌주(座主)의 물음에 답함
일백 이십명 사사(邪師)
모두가 진실의 뜻을 몰랐네
한 생각 잊고 또 잊으면
문득 몸과 마음 의지할 곳 없으리
인연(因緣)의 마음에는 꾸밈과 거짓이 많아
망령된 식견(識見)으로 어지러이 부침(浮沈)하네.
서리 같은 칼 한 번 휘두르는 곳에
싸늘한 빛 고금(古今)에 번득이네.
유교와 도교를 찬(讚)함
중니(仲尼)가 이미 처음이 아니거든
백양(伯陽)이 어찌 마침[終]이 되겠는가
고요하고 쓸쓸한 천지(天地)밖에서
화(化)하여 무궁(無窮)으로 드네.
* 중니(仲尼) : 공자의 자(字)
백양(伯陽) : 노자의 자
달마도강도(達摩渡江圖)
맑은 물결 위에 갈대가 뜨니
가벼운 바람 솔솔 스쳐오누나
호승(胡僧)의 한 쌍 푸른 눈에
천불(千佛)이 하나의 티끌일세
일선암(一禪庵)의 벽에 쓰다
산은 스스로 무심(無心)히 푸르고
구름은 스스로 무심히 희어라.
그 가운데 한 사람의 상인(上人)
이 또한 무심한 나그네일세.
*상인(上人) : 스님의 존칭
회포를 읊다
모든 병은 육단심(肉團心)에 있거니
어찌 수고로이 글자를 많이 모을 건가
오언절구의 시(詩) 한 편이면
평생의 뜻을 적을 수 있네.
*육단심: 마음을 일컫는 말.
이감사(( 李監司) 식의 운을 따라
황룡의 머리는 바다를 베게 삼고
하늘은 중향성(衆香城)을 만들었네.
달이 뜨니 천봉(千峯)이 고요하고
산이 깊은 곳에 한 마리 새가 우네.
푸른 연기는 대 빛에 가득하고
맑은 시내는 꽃의 밝음으로 빛나네.
우주 안에 한가로운 나그네 되었으니
숲과 샘에서 이 생을 마치리.
* 중향성(衆香城) : 유마경(維摩經) 향적불품(香積佛品)에 나오는데 "위로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부처님의 나라를 지나면 香積佛이
교화하는 나라가 있는데 그곳의 이름이 衆香이다"하였음.
유정대사(惟政大師)에게
사문(沙門)의 일척안(一隻眼)
그 안광(眼光)이 팔방(八方)을 비추네
위엄은 왕이 칼을 잡은 듯하고
허(虛)는 거울이 대(臺)에 있는 듯하네.
구름 밖으로 용을 잡으러 가고
공중에는 봉황을 치며 오네.
살활(殺活)이 여러 가지로 능하니
천지 또한 티끌일세.
* 허(虛) : 여기서는 맑고 비어서 모든 사물에 즉응(卽應)하나 결코
거기 물들지 않는 경계를 이름.
전도음(傳道吟)
여러 성인은 천도(天道)에 합(合)하였나니
지성(至誠)이 고금(古今)에 통하였네
나아가고 머무름을 건곤(乾坤)과 같이하고
일월(日月)과 함께 뜨고 지네
千聖合天道 至誠貫古今
乾坤一運止 日月同浮沈
초옥(草屋)
초옥은 삼면(三面)의 벽이 없는데
늙은 중은 대평상에서 조는구나
청산(靑山)은 반쯤 젖었는데
성긴 비는 석양(夕陽)을 지나가네.
草屋無三壁 老僧眠竹床
靑山一半濕 疎雨過殘陽
감흥(感興)
분수를 따라 마음을 쉬노니
인간 세상의 대장부라
망탕(芒石易)의 구름 한 번 사라져 갔어도
꽃 아래 새들은 서로 부르네
*망탕...한고제(한고제)가 진시항을 피해서 간 곳이 망탕산이
었다.그때 망탕산 위에 오색구름이 끼었다고 한다.
원철대사(圓撤大師)
한 번 祖師의 관문을 통과하니
三世의 부처를 의심치 않네
황매(黃梅)의 깊은 밤에 전한 소식
우습다, 그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천옥선자(天玉禪子)
낮이면 한 잔의 차요
밤 들면 한바탕의 잠일세
靑山과 白雲이
함께 無生을 이야기하네
선사(先師)의 진영에 찬함
구름을 끊어서 흰 장삼을 지었고
물을 베어서 맑은 눈동자를 지었네
배[腹]에 가득히 주옥(珠玉)을 품었으니
신광(神光)이 두우(斗牛)를 쏘았네
剪雲爲白衲 割水作淸眸
萬腹懷珠玉 神光射斗牛
*두우...두우의 '斗'는 북두칠성 또는 南斗星, '牛'는 牽牛星으로
서 우주,천지를 뜻함. 神光은 자기에게 본래 갖추어져 있
는 광명. 따라서 이 시구는 '神光이 천지,우주를 꿰뚫어
조견(照見)했다는 뜻'. 동시에 신광은 2조 혜가(慧可)의
어렸을 적 이름이므로 동시에 혜가를 그와같이 찬한 것임.
乾坤이라는 여관에
건곤(乾坤)이라는 여관에
이슬과 번개같은 몸을 잠깐 의지하였네
삼산(三山)의 대숲에 달이 밝은데
홀로 앉아 비취(翡翠) 새 소리 듣는다.
봄비에 못의 물 가득 차니 개구리가
들고 나는 고취(鼓吹)를 이르네.
생각마다 무수한 경(經)의 말씀 굴리는데
하필 문자(文字)를 읽으리
평생에 잘한 일 없고
일찍이 숲 밑에서 잠자는 것 배웠네
잠이 깊어 점차 혼(魂)과 접하니
변하여 나비날개 되누나
꿈속에서는 그다지도 어지럽더니
깨어보니 고요할 뿐 아무 일이 없네
하하하, 입을 열고 크게 웃나니
만법(萬法)이 참으로 어린애 장난일세
*고취(鼓吹)... 높은 벼슬아치가 출입할 때에 울리는 음악. 벼슬이
없는 공치규(공치규)가 뜰의 풀을 베지 않아 비가 온
뒤면 개구리가 시끄럽게 울었다. 그는 즐겨 그것을
들으며 말하기를 '이것은 고취(鼓吹)의 일부를 당한
다'하였다. 즉 벼슬을 하지는 않았으나 개구리가 고
치를 불어주니 벼슬이 아쉽지 않다는 뜻.
*'장자(莊子)'에 "莊周가 꿈에 나비가 되어 훨훨 날 때에는 자신이
莊周인줄을 몰랐다가 깨고 나서는 莊周 그대로이니 나비가 꿈인
가 莊周가 꿈인가" 하였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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