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 詠貧士<가난한 선비> ■
萬族各有託 만족각유탁 만물은 각자 몸 의지 할 곳 있거늘
孤雲獨無依 고운독무의 흐르는 구름은 홀로 의지 할 때 없이
曖曖空中滅 애애공중멸 아득한 허공에서 사라져 없어지니
何時見餘暉 하시견여휘 어느 때 여광을 남기리
朝霞開宿霧 조하개숙무 새벽 여명에 밤 안개가 걷이고
衆鳥相與飛 중조상여비 새들 짝지어 날지만
遲遲出林핵 지지출림핵 뒤 늦게 둥지를 나선 늦 발이 새는
未夕復歸來 미석복귀래 해도 지기 전에 다시 돌아오네
量力守故轍 양력수고철 분수 따라 삶을 살아온 선비는
豈不寒與飢 기불한여기 누구나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렸노라
知音苟不存 지음구부존 이제 나를 알아주는 사람도 없으니
已이何所悲 이이하소비 슬퍼한들 어쩔것인가 ?
■ 形贈影 <몸이 그림자에게> ■
天地長不沒 천지장불몰 하늘과 땅은 영원하고
山川無改時 산천무개시 산과 강물도 바뀌지 않을 것이며
草木得常理 초목득상리 초목도 하늘의 이치를 따라
霜露榮悴之 상로영췌지 서리에 시들고 이슬에 되 살아 나는데
謂人最靈智 위인최영지 만물의 영장인 사람만은
獨復不如玆 독부불여자 그 초목같이 영생도 소생도 못하더라
適見在世中 적견재세중 어쩌다 이 세상에 태어나
奄去靡歸期 엄거미귀기 한번 죽으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으니
奚覺無一人 해각무일인 남들 모르게 홀로 가자
親識豈相思 친식기상사 친지들 도 나를 잊고
但餘平生物 단여평생물 살아서 쓰던 물건만 남아
擧目情悽而 거목정처이 보는 이만 옛 정에 눈물 흘리네
我無騰化術 아무등화술 신선 되어 하늘에 오를 재주 없으니
必爾不復疑 필이불부의 나도 죽으면 필시 그 모양이 되리라
願君取吾言 원군취오언 그림자여 자내도 내 말을 듣고 이해가 가거든
得酒莫苟辭 득주막구사 술이나 들어 홀짝 마시게나
■ 影答形<그림자가 몸에게> ■
存生不可言 존생불가언 영원히 사는 것은 말도 안되고
衛生每苦拙 위생매고졸 당장, 춥고 배고파 고생이라
誠願遊崑華 성원유곤화 곤륜산과 화산에서 신선되고 싶지만
邈然玆道絶 막연자도절 길이 멀어 막막하구나
與子相遇來 여자상우래 그대와 우연히 만나 서로 짝이되어
未嘗異悲悅 미상이비열 슬픔과 기쁨을 함께 했구나
憩蔭若暫乖 게음약잠괴 그늘에 쉴 때는 잠시 떨어졌으나
止日終不別 지일종불별 햇볕에 나서면 늘 함께였노라
此同旣難常 차동기난상 하지만 영원히 함께 있긴 어려우니
암爾俱時滅 암이구시멸 때가 되면 서로가 어둠에 묻이리
身沒名亦盡 신몰명역진 몸이 죽으면 이름도 사라지리니
念之五情熱 염지오정열 오장육부가 타는 듯 하다
立善有遺愛 입선유유애 오직 선한 행적만이 남는다 하니
胡爲不自竭 호위불자갈 착하게 살지 않으려나
酒云能銷憂 주운능소우 술이 근심을 없애 준다고 하나
方此거不劣 방차거불열 그 보다 못할 것이네
■ 神釋<정신의 해탈> ■
大鈞無私力 대균무사력 천지의 변화는 사사롭지 않고
萬理自森著 만리자삼저 모든 섭리는 만물을 반영한다
人爲三才中 인위삼재중 사람의 운명도
豈不以我故 기불이아고 내가 있으므로 해서가 아니겠는가
與君雖異物 여군수이물 내가 그대들과 다른 존재이긴 하나
生而相依附 생이상의부 날 때 부터 서로 의지해 함께 살면서
結託善惡同 결탁선악동 선과 악을 같이 했으니
安得不相語 안득불상어 한마디 하겠다
三皇大聖人 삼황대성인 복희 신농 의 세 황제도
今復在何處 금부재하처 죽어서 지금은 흔적이 없으며
彭祖愛永年 팽조애영년 불로장생 한다 던 팽조도
欲留不得住 욕류부득주 결국 죽었노라
老少同一死 노소동일사 사람은 늙으나 젊으나 언잰가는 죽기 마련
賢愚無復數 현우무부수 잘났다 어리석다 서로 판단 하기 어렵구나
日醉惑能忘 왈취혹능망 술 취하면 모든 것 다 잊는다 했지만
將非促齡具 장비촉령구 술은 생명을 다치는 것
立善常所欣 입선상소흔 그림자는 착한 일을 기쁘다 못하니
誰當爲汝譽 수당위여예 누가 그대를 위해 함께 하겠는가
■ 庚戌歲九月中於西田<서전에서 쌀을 거두고>■
人生歸有道 인생귀유도 인생은 결국 도에 돌아가지만
衣食固其端 의식고기단 우선은 먹고 입는 일이 삶의 바탕이니라
孰是都不營 숙시도불영 누구나 이를 제 힘으로 해결 않고
而以求自安 이이구자안 스스로 행복 하기를 구할 수 없다
開春理常業 개춘이상업 봄에 열심히 씨를 뿌려야
歲功요可觀 세공요가관 가을에 수확을 거둘 수가 있으니
出肆微勤 신출사미근 새벽에 나가서 열심히 일하고
日入負뢰還 일일부뢰환 해지면 쟁기메고 돌아 온다
山中饒霜露 상중요상로 서리 이슬 많이 내리는 산중이라
風氣亦先寒 풍기역선한 바람도 평지보다 많이 분다
田家豈不苦 전가기불고 삶이 어찌 고생스럽지 않으리
弗獲사此難 불획사차난 허나 그 어려움 마다해선 안되노라
四體誠乃疲 사체성내피 온 몸이 몹시 피곤하여 고달파도
庶無異患干 서무이환간 우리야 전쟁 없기만 바랄 뿐이라
관濯息詹下 관탁식첨하 손 발씻고 처마 밑에 쉬면서
斗酒散襟단 두주산금단 큰 술잔 가득 마시니 배가 부르다
遙遙沮溺心 요요저익섬 옛날에 숨어 농사짓던 장저 걸익의
千載乃相關 천재내상관 정신을 천년후의 내가 알겠노라
但願常如此 단원상여차 언재까지나 이렇게 농사짓기 바랄 뿐
躬耕非所歎 궁경비소탄 몸소 일하는 피곤함은 걱정 없노라
■ 癸卯歲始春懷古田舍2首 ■ <초봄 농촌을 생각하며>
在昔聞南畝 재석문남무 남쪽 밭에서 농자짓는 한가로움을
當年竟未踐 당년경미천 이제까지 스스로 경험하지 못했다
屢空旣有人 누공기유인 안회는 안빈낙도 했다지만
春興豈自免 춘흥기자면 나도 계절 따라 농사를 지어야지
夙晨裝吾駕 숙신장오가 새벽이면 일어나 연장을 들고
啓塗情已緬 계도정이면 밭으로 가는 기분이 마냥 부푼다
鳥弄歡新節 조농환신절 봄을 즐기며 새들도 날고
冷風送餘善 냉풍송여선 훈훈한 바람이 불어와 곡식을 키운다
寒竹被荒계 한죽피황계 한 죽은 묶은 길 잡초마냥 우거졌고
地爲항人遠 지위한인원 버려져 사람 없는 땅은 더욱 넓고 크다
是以植杖翁 시이식장옹 오래 전에 지팡이 꽂고 농사짓던 은자가
悠然不復返 유연불부반 유유자적하며 다시는 세상에 나 가지 않으라
즉理愧通識 즉리괴통식 약삭빠른 사람들 앞에서는 뒤지지만
所保거乃淺 소보거내천 절개 지키면 사랍답게 사는 것이 더 가치가 있다
■ 庚子歲五月中從都還阻風於規林二首 ■<바람에 길 막히고 1수>
行行循歸露 행행순귀로 걷고 또 걷는 귀향길
計日望舊居 계일망구거 옛집 볼 날을 헤아리노라
一欣侍溫顔 일흔시온안 먼저 기쁘게 어머님께 인사하고
再喜見友于 재희견우우 즐겁게 형제들을 만나야지
鼓棹路기曲 고도로기곡 뱃길에 물살은 험난하구나
指景限西隅 지영한서우 태양도 서산마루에 지고 있구나
江山豈不險 강산기불험 강산이 어찌 험하지 않으리오 만
歸子念前塗 귀자염전도 돌아갈 나에겐 앞길 만이 걱정이구나
凱風負我心 개풍부아심 남풍은 내 뜻을 어기고 갈 길을 막으니
집예守窮湖 집예수궁호 돛대 거두고 막힌 호수 지키노라
高모묘無界 고모묘무계 키 큰 잡초가 끝 없이 무성하고
夏木獨森疎 하목독삼소 한 여름 거칠게 자란 풀이 오싹하게 무섭다
誰言客舟遠 수언객주원 내 배는 고향이 멀지 않으니
近瞻百里餘 근첨백리여 백리남짓 바라다 보인다
延目識南領 연목식남령 눈길 뻗으니 여산이 보이거늘
空歎將焉如 공탄장언여 어찌 갈까 허망하게 한숨만 짓는다
■ 庚子歲五月中從都還阻風於規林二首 ■<바람에 길 막히고 2수>
自古歎行役 자고탄행역 자고로 벼슬살이 어렵다 했거늘
我今始知之 아금시지지 이제야 내가 알았노라
山川一何廣 산천일하광 앞에는 크고 넓은 산과 강이 있고
巽坎難與期 손감난여기 비 바람은 예측할 수가 없으며
崩浪괄天響 불랑괄천향 쏟아져 내리는 물은 하늘을 울리고
長風無息時 장풍무식시 세찬 바람은 쉬지않고 불어온다
久遊戀所生 구유연소생 오래 떠돌다 부모가 그리워 돌아가는 내가
如何淹材玆 여하엄재자 어찌 이 곳에서 머물 수 있으랴
靜念園林好 정념원림호 본래 마음속 깊이 전원을 좋아하는 나는
人間良可辭 인간양가사 마땅히 속세의 벼슬을 버려야지
當年거有幾 당연거유기 젊은 시절이 길지도 않거늘
縱心復何疑 종심부하의 마음 따라 다시는 망서리지 않으리라
■ 辛丑歲七月赴假還江陵夜行塗口 ■<휴가를 마치고 강능으로 가며>
閒居三十載 한거삼십재 삼십년을 한가롭게 살며
수與塵事冥 수여진사명 세상과 멀어졌노라
詩書敦宿好 시서돈숙호 책 읽으며 성품을 가다듬고
林園無世情 임원무세정 속세의 먼지 없는 초야에 살았거늘
如何舍此去 여하사차거 어찌 내 고향 버리고
遙遙至西荊 요요지서형 멀리 강능으로 갈 것인가
叩예新秋月 고예신추월 초가을 달밤에 손을 잡고
臨流別友生 임류별우생 강가에서 벗들과 이별 하니
凉風起將夕 양풍기장석 찬 바람 일자 날이 어둡고
夜景잠虛明 야경잠허명 달 밤이 티없이 맑아라
昭昭天宇闊 소소천우활 밝은 밤 하늘은 넓게 틔였고
효효川上平 효효천상평 반짝이는 강물은 고요히 흐르는데
懷役不遑寐 회역불황매 힘든 벼슬살이 생각에 잠을 못 이루네
中宵尙孤征 중소상고정 깊은 밤에 혼자서 걷노라
商歌非吾事 상각비오사 본래 나는 출세할 마음이 없고
依依在우耕 의의재우경 더불어 농사짓는 일이 몸에 맞거늘
投冠旋舊墟 투관선구허 벼슬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不爲好爵영 불위호작영 속세와는 다시는 어울리지 않으리
養眞衡茅下 양진형모하 초가집 밑에서 참된 삶을 누리며
庶以善自名 서이선자명 착한 일로서 스스로 이름을 내리라
■ 癸卯歲十二月中作與 從弟敬遠 ■<계묘년 경원에게 보내는 시>
寢迹衡門下 침적형문하 초라한 집에 몸을 의지하고
邈與世相絶 막여세상절 속세와 멀어 졌노라
顧盼莫誰知 고반막수지 주변을 둘러봐도 아는 사람 없고
荊扉晝常閉 형비주상폐 늘 낮에도 싸립문 굳게 닫혔네
凄凄歲暮風 처처세모풍 겨울세찬 바람 쌀쌀히 불고
예예經日雪 예예경일설 계속 내리는 눈에 하늘도 어둡다
傾耳無希聲 경이무희성 귀를 기울여도 소리하나 없고
在目晧已결 재목호이결 끝 없이 희고 맑은 눈 뿐이네
겹氣侵襟수 겹기침검수 찬 바람이 옷 속으로 스며들고
簞瓢謝屢設 단표사누설 밥 그릇과 물 그릇도 마련하지 못하노라
蕭索空宇中 소삭공우중 쓸쓸하게 텅 빈 집 안에는
了無一可悅 요무일가열 아무런 기쁨도 찾을 길 없네
歷覽千載書 역람천재서 천년전의 책을 뒤지다 보니
時時見遺烈 시시견유열 뛰어난 위인들의 덕행을 알 수 있어
高操非所攀 고조비소반 높은 지조야 좆아 오를 수 있으나
深得固窮節 심득고궁절 고궁절 만은 나도 깊이 터득 했노라
平津苟不由 평진구불유 평진공 같이 못될 바에야
捿遲거爲拙 서지거위졸 은퇴한들 나쁘다 할 수 없으리
寄意一言外 기의일언외 말 못할 나의 심정 한이 없지만
玆契誰能別 자계수능별 오직 그대만은 알아 주려는가
■ 還舊居<옛집에 돌아와서> ■
疇昔家上京 주석가상경 전에는 서울에 살다가
六載去還歸 육재거환귀 육년 전에 고향으로 돌아갔네
今日始復來 금일시부래 다시 서울에 와 보니
惻愴多所悲 측창다소비 모든 것이 처량하고 서글프다
阡陌不移舊 천맥불이구 밭 뚝은 옛과 다름 없으나
邑屋惑時非 흡옥혹시비 마을의 집은 예전 같지 않더라
履歷周故居 이력주고거 옛집 주위를 두루 돌았으나
隣老罕復遺 인로한부유 살아 남은 이웃영감이 적구나
步步尋往迹 보보심왕적 발걸음 옴겨 옛추억을 더듬으며
有處特依依 유처특의의 그 자리를 쉽게 떠나지 못했노라
流幻百年中 유환백년중 백년인생은 유전 변화하며
寒暑日相推 한서일상추 세월은 나날이 떠 밀듯이 흘러가니
常恐大化盡 상공대화진 일찍 죽어 쓰러질까 두렵구나
氣力不及衰 기력불급쇠 아직 기력 다하지 않았는데
廢置且莫念 폐치차막념 부질없는 생각일랑 말고
一觴요可揮 일상요가휘 한잔 술 말끔히 비우리라
■ 移居-2<이사하고> ■
春秋多佳日 춘추다가일 봄 가을에는 좋은 날이 많으니
登高賦新詩 등고부신시 오늘도 높은 곳 올라 시를 읊노라
過門更相呼 과문경상호 문 앞 지나면 서로 불러 들여
有酒斟酌之 유주짐작지 술 따라 잔 권하며 마시노라
農務各自歸 농무각자귀 농사일 바쁠때는 각자 밭에 가고
閒暇輒相思 한가첩상사 한가롭게 틈이 나면 서로 생각하여
相思則披衣 상사칙피의 친구 생각에 이내 옷 걸치고 찾아가
言笑無厭時 언소무염시 담소하며 끝낼 줄을 모르더라
此理將不勝 차리장불승 이렇게 사는 것이 가장 좋거늘
無爲忽去玆 무위홀거자 아예 이곳에서 나갈 생각 말아라
衣食當須記 의식당수기 의식은 마땅히 내 손으로 만들어 야지
力耕不吾欺 역경불오기 애써 농사 지으면 반드시 좋은 결과 있으리라
■ 丙辰歲八月中於 ■ <병진년 하손에서 추수하며>
貧居依稼穡 빈거의가색 농사지어 먹는 가난한 살림
戮力東林외 육력동림외 온 식구가 힘을 합해 일을 하네
不言春作苦 불언춘작고 보리고개의 배고픔은 견디겠으나
常恐負所懷 상공부소회 기대하던 타작 망칠까 두려웁네
司田眷有秋 사전권유추 농사감독관이 곡식 익은 것 보고
寄聲與我諧 기성여아해 희롱조로 풍작이라 내게 말 했으나
飢者歡初飽 기자환초포 굼주리던 나도 포식할 기쁨에 넘쳐
束帶侯鳴鷄 속대후명계 의관 갖추고 닭 울기만 기다리네
楊읍越平湖 양읍월평호 노를 저어 잔잔한 호수를 건너
汎隨淸壑廻 범수청학회 출렁충렁 맑은 계곡 따라 돌면
鬱鬱荒山裏 울울황산리 울창하게 숲이 우거진 깊은 산중에
猿聲閑且哀 원성한차애 원숭이 울음 애처롭고 적막하다
悲風愛靜夜 비풍애정야 쓸쓸한 밤 바람 더욱 애처롭고
林鳥喜晨개 임조희신개 날 밝자 새들이 즐거워 한다
日余作此來 일여작차래 세속을 떠나 농사 지은 지
三四星火頹 삼사성화퇴 이미 십이년의 세월이 지났노라
姿年逝已老 자년서이로 몸이 나이를 이미 먹었으나
其事未云乖 기사미운괴 나의 의지만은 변함이 없네
遙謝荷조翁 요사하조옹 하조옹 바라보고 감상하니
요得從君서 요득종군서 그대 덕택에 내가 물러나 쉬노라
■ 讀山海經 <산해경을 읽고> ■
孟夏草木長 맹하초목장 여름의 초목은 나날이 자라고
繞屋樹扶疎 요옥수부소 집 둘레 나무는 잎이 푸르다
衆鳥欣有託 중조흔유탁 새 들은 둥지 틀며 즐거워하고
吾亦愛吾盧 오역애오노 나 또한 내 집을 사랑하노라
旣耕亦已種 기경역이종 밭 갈고 씨 뿌렸으니
時還獨我書 시환독아서 이제는 책을 꺼내 읽는다
窮巷隔深轍 궁항격심철 내 사는 곳 서울에서 멀어
頗回故人車 파회고인거 친한 이도 수레를 돌리어 간다
欣然酌春酒 흔연작춘주 즐거이 혼자 봄 술을 마시며
摘我園中蔬 적아원중소 텃밭의 나물 뜯어 안주를 삼는다
微雨從東來 미우종동래 가랑 비는 동쪽에서 내리고
好風與之俱 호풍여지구 비와 함께 불어오는 바람도 좋다
汎覽周王傳 범람주왕전 잠잠히 주왕전을 꺼내어
流觀山海圖 유관산해도 산해도를 읽는다
傘仰終宇宙 산앙종우주 고개 끄덕이는 동안 우주를 다 보니
不樂復何如 불락복하여 이 보다 더한 즐거움이 어디 있겠는가 ?
■ 桃花源記 <도화원기> ■
영氏亂天記 영씨난천기 진나라 임금이 천도를 흐트리자
賢者避其世 현자피기세 현자들이 세상에서 몸을 숨겼다
黃기之商山 황기지상산 네 사람의 은자들이 상산으로 갔고
伊人亦云逝 이인역운서 그들 역시 이 곳으로 피신 왔노라
往迹沈復湮 왕적침복인 은신해 갔던 발자욱도 세월에 묻혀 지워지고
來逕遂蕪廢 내경수무폐 도화원으로 오던 길도 황폐해 버렸다
相命肆農耕 상명사농경 서로 도와 농사에 힘들이고
日入從所憩 일입종소게 해가지면 편하게 쉬더라
桑竹垂餘蔭 상죽수여음 뽕과 대나무가 무성하여 그늘이 짙고
菽稷隨時藝 숙직수시예 콩과 기장 때를 따라 심는다
春蠶收長絲 춘잠수장사 봄 누에 쳐서 비단실 거두고
秋熟靡王稅 추숙미왕세 가을추수 세금 안 바치더라
荒路曖交通 황로애교통 황페한 길이 희미하게 틔였고
鷄犬互鳴폐 계견호명폐 닭과 개가 서로 울부짖고 있다
俎豆猶古法 조두유고법 제사도 여전히 옛법대로이고
衣裳無新製 의상무신제 옷도 새로운 유행을 따르지 않는다
童孺縱行歌 동유종행가 어린아이들은 멋대로 길에서 노래하고
斑白歡遊詣 반백환유예 백발 노인들은 즐겁게 서로 찿는다
草榮識節和 초영식절화 풀 자라니 온화한 봄철인줄 알고
木衰知風慮 목쇠지풍려 나무 시들자 바람찬 겨울인줄 아노라
雖無記歷志 수무기력지 비록 달력 같은 기록은 없어도
四時自成歲 사시자성세 사계절 변천으로 일년을 알 수 있노라
怡然有餘樂 이연유여락 기쁜 낯으로 마냥 즐겁게 살고
于何勞智惠 우하노지혜 애를 써서 꽤나 재간을 부리지 않는다
奇종隱五百 기종은오백 흔적없이 가려워 진지 오백년만에
一朝敞神界 일조창신계 홀연히 신비의 세계가 나타 났으나
淳薄旣異源 순박기이원 순박한 도원경과 야박한 속세 서로 맞지않아
旋復還幽弊 선부환유폐 이내 다시 신비속에 깊이 숨었노라
借問遊方士 차문유방사 잠시 속세에 사는 사람들에게 묻겠노라
焉測塵효外 언측진효외 먼지와 소음없는 신비로움을 알겠는가 ?
願言섭輕風 원언섭경풍 바라건데 사뿐히 바람을 타고
高擧尋吾契 고거심오계 높이 올라 나의 이상을 찾으리
◆ 도화원기 풀이 ◆
晉(진) 나라 太原(태원) 때, 武陵(무릉)에 고기잡이를 하며 사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강을 따라 가다가 길을 잃어버려 헤매다가 갑자기 복숭아 숲을 만나게 되었다. 언덕을 따라 몇 걸음 걸어가니 그 가운데 잡목이 없는 넓은 벌판이 있었는데 아름답고 향기로운 풀이 싱그러우며 꽃잎이 어지러이 휘날리고 있었다. 어부는 매우 이상하게 생각하고 더 앞으로 나가 그 숲의 끝까지 가보려 했다. 숲이 다 한 곳은 水源(수원)이며 거기 한 산이 있는데, 산에는 기름진 밭과 맑은 연못과 뽕나무 대나무가 울창하며, 조금을 더 걸어가니 닭과 개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가운데를 오가면서 농사일 하는 남녀의 입은 옷은 모두 딴 세상사람의 옷과 같았으며 백발의 노인과 아이들 모두 즐거워 보였다. 어부를 보고 크게 놀라 어떻게 여기 왔느냐고 묻는다. 그 내력을 다 말하니 집으로 데려가 술상을 마련하고 닭은 잡고 밥을 지어서 먹어라 한다. 마을에 이 사람(어부)이 온 소문을 듣고 호기심으로 여러 가지를 물어보려 사람들이 몰려왔다. 마을 사람들이 스스로 말하기를 그들은 秦(진)나라 때 난리를 피해 처자와 읍의 사람을 데리고 이 외진 곳에 와서 다시 돌아가지 않았다 하며, 그때부터 외지 사람과 사이가 단절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묻기를 지금은 어느 시대인가 하는데, 漢(한)나라가 있다는 것조차도 모르며 魏(위)나라와 晉(진)나라도 알지 못한다. 거기 사람들은 그런 말을 자세히 다 듣고 모두 탄식을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다 그들 집으로 초청해서 모두 술과 음식을 내온다. 며칠을 묵고 작별하려고 떠나는데, 그 가운데 한 사람이 말하기를 [ 외부 사람들에게 우리이야기를 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했다. 그곳을 떠나 배를 타고 오면서 가는 길목 곳곳에 일일이 표시를 해 두었다. 군에 도착하자 太守(태수)에게 가서 그 말을 다 했다. 태수는 사람을 보내어 그가 간 곳을 찾아가 보게 했는데 표시한 곳을 찾았으나 결국 헷갈려서 길을 찾지 못했다. 남양에 유자기라는 고상한 선비가 이 소식을 듣고 기꺼이 그 곳에 갈 계획을 세웠으나 결과도 못 이르고 얼마 되지 않아 병이 나서 죽고 말았다. 그 뒤로는 길을 묻는 자가 다시는 없었다.
■ 乞食<밥을 얻으며> ■
飢來驅我去 기내구아거 배가 고파 길거리로 나섰으나
不知竟何之 부지경하지 갈 곳을 몰라 두리번 거린다.
行行至斯里 행행지사리 가다 서고 어느 집 앞에 이르러
叩門拙言辭 고문졸언사 문을 두드려 놓고 차마, 말이 나오질 않는다.
主人解余意 주인해여의 주인이 나의 처지를 알고
遺贈副虛期 유증부허기 은혜를 베푸니 헛걸음은 아니었구나.
談話終日夕 담화종일석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날이 저물어
觴至輒傾치 상지첩경치 두어 잔 돌리니 취기가 오른다.
情欣新知歡 정흔신지환 서로 만나서 벗이 되어
言詠遂賦詩 언영수부시 기쁨을 읊으니 시가 되네.
感子漂母惠 감자표모혜 내게 베푼 은혜 고맙기만 하고
괴我韓才非 괴아한재비 나의 재주 없음 마냥 부끄러워
銜집知何謝 함집지하사 어찌 보답할지 가슴깊이 감사한다.
冥報以相貽 명보이상이 저승에서 다시 만나 보답하리라.
■ 連雨獨飮 <장마철에 술 마시며> ■
運生會歸盡 운생회귀진 태어나면 반드시 죽기마련
終古謂之然 종고위지연 그것은 변하지 않을 영원한 진리
世間有松喬 세간유송교 적송자 왕교가 신선 되었다 하지만
於今定何聞 어금정하문 지금 그들의 소식 알지 못하네
故老贈余酒 고로증여주 근엄한 노인장이 내게 술을 권하며
乃言飮得仙 내언음득선 마시면 신선이 된다 하니
試酌百情遠 시작백정원 한잔 마시니 온갖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고
重觴忽忘天 중상홀망천 두 잔 마시고 홀연히 하늘도 잊었네
天豈去此哉 천기거차재 하늘도 이 경지와 다르지 않으리라
任眞無所先 임진무소선 천지 자연에 내 몸을 맡기니
雲鶴有奇翼 운학유기익 날개 달고 구름 탄 학 같이
八表須臾還 팔표수유환 빠르게 우주를 돌아 온 느낌이라
민면四十年 민면사십년 지난 40년을 돌아보니
顧我抱玆獨 고아포차독 외롭게 안간 힘만 썻노라
形骸久已化 형해구이화 몸은 늙어서 이미 시들었으나
心在復何言 심재부하언 마음이야 그대로니 다행이로다
■ 癸卯歲始春懷古田舍 二 ■
先師有遺訓 선사유유훈 공자가 가르친 글에는
憂道不憂貧 우도불우빈 도를 걱정하되 가난은 걱정 말라고
瞻望邈難逮 첨망막난체 높은 경지 쫒기 어렵지만
轉欲志長勤 전욕지장근 오래도록 애써볼까 하노라
秉뢰歡時務 병뢰환시무 손수 쟁기 메고 기쁘게 농사 짖고
解顔勸農人 해안권농인 웃는 얼굴로 농부를 격려 한다
平주交遠風 평주교원풍 넓고 평평한 밭에 찬바람부니
良苗亦懷新 양묘역회신 싱싱한 새싹이 알을 품었구나
雖未量歲功 수미량세공 가을의 수확은 장담하기 어렵지만
즉事多所欣 즉사다소흔 농사 자체가 기쁘기 한량 없네
耕種有時息 경종유시식 밭 갈고 씨 뿌리다 밭 두렁에 쉰다
行者無問津 행자무문진 오가는 사람 없어 나루터 가는 길 묻지 않는다.
日入相與歸 일입상여귀 날 저물면 돌아와
壺漿勞近隣 호장노근린 술 항아리 꺼내어 이웃 사람들 위로하네
長吟掩柴門 장음엄시문 사립문 단은 채 깊어 가는 정담 나누며
요爲膿畝民 요위농무민 한가로이 밭 가는 농부가 되리
■ 郭主簿1<곽주부에게 > ■
애애堂前林 애애당전림 집 앞에 우거진 무성한 숲
中夏貯淸陰 중하저청음 한 여름 시원하게 그늘을 만들어
晨凱風因時來 개풍인시래 시원한 바람이 알맞게 불어와
回飇開我襟 회표개아금 회오리 바람이 옷깃을 푸네
息交遊閒業 식교유한업 왕래를 끊고 한가롭게 살고자
臥起弄書琴 와기농서금 자고 일어나 책 읽고 거문고 타네
園蔬有餘滋 원소유여자 텃 밭에는 채소가 넉넉하고
舊穀猶儲今 구곡유저금 창고에는 아직도 묵은 곡식이 남았네
營己良有極 영기양유극 필요한 만큼만 농사를 지어
過足非所欽 과족비소흠 분에 넘치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용출作美酒 용출작미주 차와 조를 찌어 맛좋은 술을 담고
酒熟吾自斟 주숙오자침 술 익으면 혼자 마시네
弱子희我側 약자희아측 어린아이들 내 곁에서 재롱을 떨며
學語未成音 학어미성음 말 배운다 옹알거리네
此事眞復樂 차사진부락 이 것이 삶의 참 즐거움이니
聊用忘華簪 요용망화잠 부귀영화가 무슨 소용인가
遙遙望白雲 요요망백운 높이 떠 있는 흰구름 바라보며
懷古一何深 회고일하심 깊은 생각에 빠지네
■ 和郭主簿 2 ■
和澤周三春 화택주삼춘 날 따뜻하고 기분 좋은 봄철
淸凉素秋節 청량소추절 가을에 접어드니 기운이 맑고 차갑다
晨晨露凝無遊분 노응무유분 서리내려 티 없는 맑은 하늘
天高肅京澈 천고숙경철 높은 가을하늘이 맑게 높기만 하다
陵岑聳逸峰 능잠용일봉 삐죽한 산 봉우리 그림 같고
遙瞻皆奇絶 요첨개기절 멀리서 보니 더욱 기가 막히다
芳菊開林요 방국개림요 국화는 향기를 머금고 꽃피우고
靑松冠巖列 청송관암열 삐죽한 산 마루 푸른 솔 줄지어 섯네
懷此貞秀姿 회차정수자 소나무 같이 굳게 뻗은 절개
卓爲霜下傑 탁위상하걸 서리에도 피는 국화마냥 굳은 절개
銜觴念幽人 함상염유인 잔 들고 그대 생각에 빠진다
千載撫爾訣 천재무이결 천년의 이별 애태우며 보낸다
檢素不獲展 검소불획전 소원을 펴지 못한 채
厭厭竟良月 염염경양월 세월을 보내니 가슴이 아프다
■ 乙酉歲九月九日 ■
靡靡秋已夕 미미추이석 가을이 깊어 가는 계절
凄凄風露交 처처풍로교 이슬비 내려 더욱 차갑다
蔓草不復榮 만초불복영 무성하던 초목도 시들어
園木空自凋 원목공자조 집 앞의 나무도 앙상하구나
淸氣澄餘滓 청기증여재 맑은 바람은 탁한 공기를 씻고
杳然天界高 묘연천계고 가을 하늘은 푸르게 높기만 하다
哀蟬無留響 애선무유향 매미는 서글픈 울음을 그치고
叢雁鳴雲소 총안명운소 기러기는 떼를 지어 구름 위를 나른다
萬化相尋繹 만화상심역 만물은 서로 다투듯 변해가는데
人生豈不勞 인생기불로 사람들만이 힘들어 괴로워 한다
從古皆有沒 종고개유몰 한번 언잰가는 죽기마련
念之中心焦 염지중심초 생각하면 애간장이 타는 듯 답답하다
何以稱我情 하이칭아정 어찌하여야 내 마음을 위로 할 것인가 ?
濁酒且自陶 탁주차자도 막걸리나 마시고 스스로 취해야지
千載非所知 천재비소지 천년 후의 일을 내 어찌 알겠는가
요以永今朝 요이영금조 오늘 아침이나 실컷 마시고 즐기리라
■ 挽歌1<죽음에 이르르> ■
有生必有死 유생필유사 태어나면 언잰가는 죽게 마련
無早終非命促 조종비명촉 일찍 죽는 것도 타고난 팔자리라
昨暮同爲人 작모동위인 어제 저녁까지 멀쩡하던 사람이
今旦在鬼錄 금단재귀록 오늘 아침에 저승길 떠났네
魂氣散何之 혼기산하지 혼백은 흩어져 어디로 가는가
枯形寄空木 고형기공목 뼈 앙상한 육신만 관 속에 눞네
嬌兒索父啼 교아색부제 자식들 아비 부르며 통곡하고
良友撫我哭 양우무아곡 친구들 죽은 나를 어루만지며 우네
得失不復知 득실불복지 죽은 나는 산 사람과 달라 이해득실 모르고
是非安能覺 시비안능각 옳고 그름 어찌 가리겠는가
千秋萬歲後 천추만세후 천 만년의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는
誰知榮與辱 수지영여욕 잘 살았다 못 살았다 그 누가 알 것인가
但恨在世時 단한재세시 다만, 살아 생전에 소원이 있다면
飮酒不得足 음주부득족 마음껏 술 마시지 못한 것이 한이네.
■ 挽歌2<죽고 나서> ■
在昔無酒飮 재석무주음 살아서는 마음껏 술 마시고 싶어도 못 마셨는데
今但澹空觴 금단담공상 오늘은 술과 안주가 상에 가득 넘친다
春료生浮蟻 춘료생부의 쌀로 만든 동동주와 안주가 가득하지만
何時更能嘗 하시갱능상 다시는 마실 수 없는 내 신세구나
肴案盈我前 효안영아전 산해진미로 가득한 상을 내 앞에 두고
親舊哭我傍 친구곡아방 친구들 울며 죽은 나를 위로 하네
欲語口無音 욕어구무음 하지만, 죽은 나는 말도 못하고
欲視眼無光 욕시안무광 눈도 못 뜨고 사방이 어둡다
昔在高堂寢 석재고당침 살아서는 방에 누워 자던 몸이
今宿荒草향 금숙황초향 오늘 지나면 잡초 우거진 풀밭에 묻히리라
一朝出門去 일조출문거 아침에 집 떠나면
歸來夜未央 귀래야미앙 앞으로는 어두운 밤에 제삿날 오리라
一朝出門去 / 歸來夜未央
아침에 죽어 상여 나가면, 이제 일년에 한 번씩 제삿날 밤에 온다는 듯이다. 참으로 기가 막힌 문장 이다. 가슴 찡한 표현이다.
■ 挽歌3<땅에 묻히다> ■
荒草何茫茫 황초하망망 거친 풀밭이 황량하게 우거져 있고
白楊亦蕭蕭 백양역소소 백양나무 외롭게 서 있다
嚴霜九月中 엄상구월중 서리 내리는 구월에
送我出遠郊 송아출원교 마을 사람들 동리 밖에서 나를 배웅하네
四面無人居 사면무인거 내 무덤 주변은 사방에 집 한 채 없고
高墳正초嶢 고분정초요 크고 작은 무덤들만 여기저기 솟아 있네
馬爲仰天鳴 마위앙천명 말도 하늘 보며 울고
風爲自蕭條 풍위자소조 찬 바람은 쓸쓸하게 불어온다
幽室一已閉 유실일이폐 무덤 한번 덮이고 나면
千年不復朝 천년불복조 두 번 다시 아침을 못 볼 것이니
賢達無奈何 현달무내하 현명하거나 도통해도 어찌할 수 없다
向來相送人 향래상송인 내 무덤을 만든 친지들도
各自還其家 각자환기가 하나 둘 각자 집으로 돌아가네
親戚或餘悲 친척혹여비 친인척들 간혹 슬퍼할 뿐
晨他人亦已歌 타인역이가 다른 사람들은 이미 울음을 그쳤네
死去何所道 사거하소도 죽은 나는 어찌할 방도가 없어
託體同山阿 탁체동산아 몸을 땅에 맡기고 흙으로 돌아가네
■ 自祭文<내 제문을 쓰다> ■
歲惟丁卯 세유정묘 정묘년
律中無射 율중무사 음력 구월
天寒夜長 천한야장 날씨는 차고 어둡고 긴~밤
風氣蕭索 풍기소삭 쓸쓸하고 스산한 바람만 불어온다
鴻雁于往 홍안우왕 기러기는 어디로 날아가는가
草木黃落 초목황락 나뭇잎은 누렇게 시들어 말라 떨어지네
陶子將辭 도자장사 나는 지금
逆旅之館 역려지관 나그네길 잠시 머물던 곳을 떠나서
永歸於本宅 영귀어본택 영원히 본래의 집으로 돌아가려 한다
故人悽其相悲 고인처기상비 나와 정든 사람들은 애절하게 슬퍼하며
同祖行於今夕 동조행어금석 마지막 떠나는 나를 위해 제사 지내는 구나
羞以嘉蔬 수이가소 젯상에 많은 음식을 차려 놓고
薦以淸酌 천이청작 맑은 술을 따라 올리지만
候顔已冥 후안이명 그러나 나는 이미 죽은 몸
聆音愈漠 영음유막 말 하려 해도 가슴만 답답할 뿐
嗚呼哀哉 오호애재 아! 슬프구나
茫茫大塊 망망대괴 넓고 넓은 대지와
悠悠高旻 유유고민 끝없이 높은 하늘
是生萬物 시생만물 하늘과 땅이 만물을 낳았거늘
余得爲人 여득위인 만물 중에도 사람으로 태어나
自余爲人 자여위인 살아오는 동안
逢運之貧 봉운지빈 가난한 운수에 매여서
簞瓢屢경 단표누경 한 그릇의 밥이나 국물도 배불리 못 먹고
치격冬陳 치격동진 갈 옷을 걸치고 추위를 지냈으며
含歡谷汲 함환곡급 계곡 흐르는 물 마시며 즐거웠고
行歌負薪 행가부신 나뭇짐을 지고 내리며 노래했네
예예柴門 예예시문 늘 사립문을 닫고 살아서
事我宵晨 사아소신 밤 낯으로 소요하네
春秋代謝 춘추대사 계절이 바뀌는 줄도 모르고
有務中園 유무중원 부지런히 들에 나가 일했네
載耘載자 재운재자 철 따라 김 매고 북 돋우며
내育내繁 내육내번 키우고 늘려나갔네
欣以素牘 흔이소독 때로는 기쁜 마음으로 글 읽고
和以七絃 화이칠현 한가하면 거문고를 타며 즐겼네
冬曝其日 동포기일 겨울에는 따스한 햇살을 쬐고
夏濯其泉 하탁기천 여름에는 흐르는 물에 몸을 씻네
勤靡餘勞 근미여로 죽도록 일 해도
心有常閒 심유상한 마음은 늘 한가로워
樂天委分 낙천위분 즐거운 마음으로 분수에 맞게
以至百年 이지백년 어려워도 평생을 살았네
惟此百年 유차백년 백년도 못 되는 세월을 사는
夫人愛之 부인애지 사람들은 애지중지하며
懼彼無成 구피무성 재산 없음을 걱정하고
게日惜時 게일석시 하루라도 더 살려고 몸부림 치네
存爲世珍 존위세진 살아서는 부귀영화 누리기를 바라고
延沒亦見思 몰역견사 죽어서도 오래 기억되길 바라네
嗟我獨邁 차아독매 하지만 나는 홀로 고독하게
曾是異자 증시이자 오래 전부터 그들과는 다르게 살았네
寵非己榮 총비기영 총애를 영광으로 여기지 않았고
涅豈吾緇 날기오치 속세의 진흙에 물들지 않았네
졸兀窮廬 졸올궁려 나를 바로잡고 허름한 초가에서
감飮賦詩 감음부시 술을 즐기고 시를 지었네
識運知命 식운지명 내 운명을 스스로 알고 있으니
余今斯化 여금사화 내 운명을 따라야지
可以無恨 가이무한 이제 더 이상 아무런 여한이 없으니
壽涉百齡 수섭백령 백살 가까이 살만큼 살았네
身慕肥遁 신모비돈 유연한 은둔을 좋아하여
從老得終 종로득종 살만큼 살고 늙어서 죽으니
奚所復慕 해부소연 바랄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
寒署逾邁 한서유매 추위와 더위 지나고
亡旣異存 망기이존 죽음은 삶과 다르네
外姻晨來 외인신래 먼 친척들은 새벽에 오고
良友宵奔 양우소분 친한 친구들은 밤에 달려와서
葬之中野 장지중야 들판 가운데 무듬을 만들어
以安其魂 이안기혼 넋을 편안하게 위로해 주네
요요我行 요요아행 깊고도 먼 저승길
蕭蕭墓門 소소묘문 무덤 속은 너무도 적막하고 쓸쓸하다
奢恥宋臣 사치송신 송신 한퇴 같이 호화롭게도 하지말고
儉笑王孫 검소왕손 한나라 왕양손 같이 너무 검소함은 웃음꺼리
廓兮已滅 곽혜이멸 텅 빈 묘지에서 사라질 것이니
慨焉已遐 개언이하 흑으로 돌아간 나는 결국 흙과 같이
不封不樹 불봉불수 내 무덤엔 봉분도 나무도 없이
日月遂過 일월수과 세월 속에서 자연에 묻이 리라
匪貴前譽 비귀전예 살아서도 명리를 귀히 여기지 않았거늘
孰重後歌 숙중후가 죽은 후에 누가 칭송하며 기억하리
人生寔難 인생식난 어려운 삶을 살았다
死如之何 사여지하 하지만, 사후의 세계는 또한 어떨런지
嗚呼哀哉 오호애재 아 ! 서글프고 애통하다 !
■ 解說
도연명은 자신의 임종에 임박하여 스스로 제문을 지은 글이다. 다가올 자신의 죽음을 미리 예감하고 글을 짓는다는 것은 일상의 범인과 다를 바 없으나 이 글의 내용을 보면 참으로 인간적인 일상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죽음을 본연의 집으로 돌아 간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사후의 미래에 두려움을 가지는 한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는 글이다. 힘들게 살아온 삶이 였으나, 사후에 대한 공포는 차마 떨쳐 버리지 못한 한 범부의 모습이 숙연하게 느껴진다.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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