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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에는 꽃이 피네
禪詩/涅槃頌

방(龐蘊)거사 열반송(涅槃頌)

by 산산바다 2022. 11. 23.

산과바다

방(龐蘊)거사 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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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龐蘊)거사(?~808?) 열반송(涅槃頌)

 

 

但願空諸所有 : 다만 온갖 있는 바를 비우기 원할지언정

愼勿實諸所無 : 온갖 없는 바를 채우려 하지 마라

好住世間 : 즐거이 머문 세간

皆如影響 : 모두 그림자와 메아리 같나니

 

방거사의 이름은 온()으로 [마조]스님과 [석두]스님의 회상(會上)에서 연마하여 깊은 뜻을 깨닫고, [약산유엄]스님과 [단아천연]스님 등과 더불어 지기지우(知己之友)가 되어 일생을 선사 못지않게 철저히 수행하다가 간 분이다.

원래 부호(富豪)로 잘 살다가 견성 오도한 후에 전답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가재(家財)도구는 동정호(洞庭湖)에 내던져 버렸다. 그리고 초가삼간에 몸을 담아 돗자리를 짜고 짚신을 삼아 생계를 유지하며 살았다.

슬하에 남매를 두었는데 견성 후에 처자도 참선시켜서 사자굴중무이수(獅子窟中無異獸 사자 굴에는 사자만 산다)라는 말과 같이 일가가 도인 아닌 사람이 없었다.

 

이로부터 방거사는 장주(莊主 농장주인)의 호화스런 생활을 버리고 일개 오두막집에서 돗자리를 짜면서 보림하고 가족들을 직접 지도하였다.

그가 장주로 있을 때에는 수백 명의 하인을 거느리고 있었지만 항시 체한 사람처럼 답답했는데, 오히려 오두막집에서 살면서 도인들과 청담(淸談)을 나누며 돗자리를 짜는 일은 사심 없고 속박 없는 평화로운 나날이었다.

더욱 부인도 알뜰히 정진하고 남매도 천진을 잃지 않고 날마다 높은 경지에 올라 만족한 생활을 하였다.

만년에는 딸 靈照를 데리고 호북(湖北) 양주라는 고을 동굴에서 안빈낙도(安貧樂道)를 구가하면서 지냈고 부인과 아들은 수십 리 떨어진 산중에서 황무지를 개간하여 곡식을 심으면서 살았다. 하루는 방거사가 암 굴에 살면서 갈 때를 짐작하고서 산나물을 뜯어다가 다듬는 딸을 불렀다.

 

얘 영조야” - 네 아버지.

정오가 되거는 알려다오”  - 정오에 뭘 하시려구요?

아니다. 그저 . . .”        - 네 알았어요.

부녀간의 문답은 여기서 멎었고 거사는 방안에서, 딸애는 뜰에서 각자 자기 공부에 들어갔다. 시간이 정오가 이르자

아버지, 한낮이 된 것 같은데 일식을 하는지 해가 잘 보이지 않아요

거사는 직접 정오를 확인하려고 뜰로 나왔다. 그 사이 영조는 방으로 들어갔다. 따라서 방안으로 들어간 거사는

영조야하고 불렀으나 대답이 없다. 그녀는 자기 자리에 단정히 앉아 있는 것이었다.  “얘야하고 또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어 딸애를 흔드니 이미 가고 없었다. 몇 분 사이의 일이었다.

 

- 내가 속았구나. 너한테 기선(機先)을 빼앗기 다 니.....

 

평소에도 영조는 총명하여 아버지는 물론, 찾아오는 사대부와 선사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였다. 하루는 탁발승이 그의 집 앞에서 요령을 흔들며 염불을 하므로 밖으로 나와서는 

무엇을 구하십니까? - 보리를 얻으러 왔오.

스님 보리는 어떻하구요?”

탁발승은 대답을 못 하고 홍당무가 되어 물러갔다. 보리(菩提)를 구하다니? 자기 마음속에 충만한 보리는 어떻게 하구요? 하는 뜻이다.

또 한 번은 객승이 석양에 문전에 와서는

이미 날이 저물었으니 하룻밤 새우고 갈 방 하나를 얻고자 합니다

- 삼계가 원래 공한 것인데 무슨 방을 구하시렵니까?

선을 모르는 객승은 말을 잇지 못했다.

선기가 날카로운 영조는 정오가 되면 알리라는 아버지 말에 짐작하고 먼저 갔던(別世) 것이다.

 

- 할 수 없구나. 딸애가 나보다 솜씨가 빠르니 나는 이레 뒤에 갈 밖에.....

거사는 영조의 껍데기를 거두어서 손수 다비(茶毘)해주었다. 죽음을 예고하고 여의치 않아 또 7일을 연기하는 도인 . . . 방거사는 생사를 자유자재로 하는 도인이었다.

드디어 기다리는 일주일 후가 왔다. 이때, 양주 태수로 우적?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역시 선에 깊이 통달한 거사였다. 평소 마음을 주고받은 사이라 마침 이때 방거사를 심방했던 것이다. 도담(道談)을 나누다가 방거사가 갑자기 피로한 듯하더니

내가 좀 피로하이”     - 그런가. 좀 눕게나.

자네 무릎을 좀 벨까?”  - 그렇게 하게나.

방거사가 태수의 무릎을 베고 눕더니 태수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서로 준이 마주치자 무언의 작별을 나누는 것이었다. 한참을 누어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 큰 소리로 외친다.

공화(空華)의 그림자는 어지러이 떨어지고 양염(陽焰)의 파도는 거세게 물결치는구나이 한마디를 남기고 정좌하여 대적삼매(大寂三昧)에 드는 것이었다.

태수는 조사의 조사열반에 깊이 감동하여 다비를 치르고 유골을 방거사의 부인에게 보냈다. 방노파(龐老婆)는 일시에 남편과 딸의 유골을 받고도 조금도 애통해하는 기색도 없이 한마디 내뱉는다.

무심한 부녀로다. 한마디 고별인사도 없이 가버리다니

 

아들은 산중에서 개간하다가 아버지의 부음을 전해 듣고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손등으로 땀을 닦으면서 먼저 가셨군요.”하더니, 괭이를 지팡이처럼 집고 선 그대로 가버리는 것이었다.

심부름꾼은 한동안 좌탈입망하고 하직하는 모습을 처음 보는 터라 엉겁결에 방 노파에게 전하니 그녀 역시 참 못난 자식이로다하고 뇌이면서 아버지 옆에 묻어주었다. 고향에 내려가 친척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별을 고하고   어디론지 사라져 그녀의 거취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버지와 딸은 앉아서 가고, 아들은 서서 갔으니 그 노파는 어리석고 못난 짓이라고 꾸짖었는데 그녀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갔을까?

 

방거사가 공부하는 사람에게 준 게송이다.

 

但自無心於萬物  : 스스로 만물에 무심하면

何妨萬物常圍  : 만물에 둘러싸인다고 어찌 나쁘랴

鐵牛不怕獅子吼  : 철소는 사자후를 겁내지 않나니

恰似木人見花鳥  : 흡사 목인이 꽃을 보는 것 같네

木人木體自無情  : 목인의 본래 몸은 정이 없어서

花鳥逢人亦不驚  : 꽃 새가 그를 보되 놀라지 않네.

心境如如只遮是  : 마음 경계 여여하기 이러할진대

何慮菩提道不成  : 보리도 못 이룰까 어찌 염려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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