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신제릉오성감이유영(新制綾襖成感而有詠) - 백거이(白居易)
새로 지은 비단도포가 다 만들어져서
水波文襖造新成(수파문오조신성) : 새로 지은 물결무늬 비단 도포가
綾軟綿勻溫復輕(능연면균온부경) : 부드럽고 가벼우며 하도 따뜻해
晨興好擁向陽坐(신흥호옹향양좌) : 일어나면 끌어안고 해를 보고 앉아 있고
晩出宜披蹋雪行(만출의피답설행) : 밤 되면 옷을 입고 눈 쌓인 길 걸어보네.
鶴氅毳疏無實事(학창취소무실사) : 털 성근 학창의는 실용적이지 못하고
木棉花冷得虛名(목면화냉득허명) : 목면은 솜 같다는 헛된 이름 얻은 거라.
宴安往往歡侵夜(연안왕왕환침야) : 잔치를 편안하게 밤중까지 즐기다가
臥穩昏昏睡到明(와온혼혼수도명) : 어렵지 않게 자리에 들어 아침까지 잠을 잤네.
百姓多寒無可救(백성다한무가구) : 추위에 떠는 사람 많아도 구해줄 힘없어서
一身獨煖亦何情(일신독난역하정) : 혼자 따뜻하게 지내는 걸 좋아할 건 못 되는데
心中爲念農桑苦(심중위념농상고) : 마음으로는 농부들 힘든 농사 생각하고
耳裏如聞飢凍聲(이리여문기동성) : 귓전에는 배곯고 떠는 원망소리 들려오니
爭得大裘長萬丈(쟁득대구장만장) : 언제나 만 길 길이 따뜻한 옷 얻어서
與君都蓋洛陽城(여군도개낙양성) : 그대와 함께 낙양성을 덮어줄 수 있을까?
* 綾(능) : 비단의 일종
* 水波文(수파문) : 물결무늬. ‘文’은 ‘紋’과 같다.
* 擁(옹) : 허리를 묶지 않은 채 옷을 등에 걸치기만 한 모양을 가리킨다. ‘晨興’은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을 가리킨다.
* 綿勻溫復輕(면균온부경) : 솜을 넣어 만든 옷이 따뜻하고 가벼운 것을 가리킨다.
* 鶴氅(학창) : 고대에 관료나 귀족들이 새의 깃을 넣어 만든 털옷을 가리킨다. 진(晉)나라 때 왕공王恭이 입은 이 옷을 보고 맹창(孟昶)이 찬탄하며 부러워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毳疏’는 조류의 가는 털을, ‘無實事는 실용적이지 못한 것을 가리킨다.
* 木綿(목면) : 목면솜이 따뜻하지 않아 비단과 같다는 것이 공허한 소리라는 것을 가리킨다.
* 宴安(연안) : 놀며 즐기다. 안락하게 지내다.
* 農桑(농상) : 농업(農業). 농사(農事).
태화(太和) 5~6년(831~832) 겨울, 낙천이 하남윤(河南尹)으로 있을 때 쓴 것이다.
조정은 부패하고 군벌들은 세력을 다투고 환관들의 전횡은 날로 심해지고 있을 때였다.
⟪구당서(舊唐書)ㆍ백거이전(白居易傳)⟫에서는 이즈음의 일에 대해 ‘태화 후기 이종민과 이덕유가 붕당을 지어 사사건건 부딪쳐 시비를 가리고 배척하고 모함하여 아침에 올랐다가 저녁에 내쳐지는 바람에 천자도 어찌할 줄 몰랐다.’고 하였다.
(太和已後, 李宗閔李德裕朋黨事起, 是非排陷, 朝升暮黜, 天子亦無如之何.)
낙천이 여러 차례 시도한 ‘사회의 병폐를 시정하고(箴時之病), 정사에서 모자란 것을 채워주는(補政之缺)’ 방도는 받아들여지기는커녕 배척을 받았을 뿐이었다.
낙천은 「六十拜河南尹」이란 시에서 ‘나이 예순에 하남윤이 되고 보니(六十河南尹) 앞날이 어찌 될지 알 수 있을 것 같은데(前途足可知) 늙으면 마땅히 피할 곳도 없는데다(老應無處避) 병이란 놈 사람에게 기약 따위 하지 않네(病不與人期)’라고 하였다.
몸은 늙고 무심한 세월은 흘러가는 가운데 끝내 애민의 마음을 놓지 못한 채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을 탄식하는 만년의 낙천을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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