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영졸(詠拙) - 백거이(白居易)
모자람을 노래한다.
所稟有巧拙(소품유교졸) : 타고난 재주는 정교함과 졸렬함이 있어
不可改者性(부가개자성) : 고칠 수 없는 것이 성품이도다.
所賦有厚薄(소부유후박) : 주어지는 것은 두터움과 엷음이 있어
不可移者命(부가이자명) : 옮길 수 없는 것이 운명이도다.
我性拙且憃(아성졸차창) : 내 성품은 졸렬하고 어리석고
我命薄且屯(아명박차둔) : 내 운명은 박복하고 어렵도다.
問我何以知(문아하이지) : 나에게 묻기를, 무엇으로 아는가?
所知良有因(소지량유인) : 아는 것은 진실로 원인이 있도다.
亦曾擧兩足(역증거량족) : 또한 일찍이 두 발을 들고 가서
學人蹋紅塵(학인답홍진) : 사람에게 배워 티끌세상을 밟았다.
從茲知性拙(종자지성졸) : 이로써 내 성품이 졸렬함 알았으니
不解轉如輪(부해전여륜) : 수레처럼 굴러갈 줄을 알지 못했다.
亦曾奮六翮(역증분륙핵) : 또한 일찍이 여섯 날개 떨치어
高飛到靑雲(고비도청운) : 높이 날아 청운에 이르렀도다.
從茲知命薄(종자지명박) : 이로써 내 운명이 박복함 알았으니
摧落不逡巡(최낙부준순) : 꺾이어 떨어도 머뭇거리지 못했다.
慕貴而厭賤(모귀이염천) : 부귀를 부러워하나 천박함을 싫어하고
樂富而惡貧(낙부이악빈) : 부유함을 좋아하나 가난함이 싫어한다.
同此天地間(동차천지간) : 남과 같이 이 천지 사이에 태어났거늘
我豈異於人(아개리어인) : 내가 어찌 남과 다르겠는가.
性命苟如此(성명구여차) : 타고난 성품과 운명이 그러하니
反則成苦辛(반칙성고신) : 어겼다가는 도리어 고생스러워진다.
以此自安分(이차자안분) : 이 때문에 스스로 분수에 만족하고
雖窮每欣欣(수궁매흔흔) : 비록 궁색하여도 매양 기뻐하노라.
葺茅爲我廬(즙모위아려) : 띠풀 엮어 나의 집 만들고
編蓬爲我門(편봉위아문) : 쑥대 엮어서 나의 대문을 삼는다.
縫布作袍被(봉포작포피) : 베를 재봉하여 솜이불 만들고
種穀充盤飧(종곡충반손) : 곡식을 심어 반찬과 밥을 만든다.
靜讀古人書(정독고인서) : 조용히 옛 사람의 책을 읽으며
閑釣淸渭濱(한조청위빈) : 한가롭게 맑은 위수에서 낚시질 한다.
優哉復游哉(우재복유재) : 한가롭기도 하여 다시 마음껏 놀며
聊以終吾身(요이종오신) : 애오라지 조용히 한 평생을 마치리라.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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