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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에는 꽃이 피네
*** 詩 ***/詩仙 李白 詩

상봉행2수(相逢行二首) - 이백(李白)

by 산산바다 2020.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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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봉행2수(相逢行二首) - 이백(李白)

         만남의 노래

 

其一

相逢紅塵內(상봉홍진내) : 붉은 먼지 낀 길에서 만나선

高揖黃金鞭(고읍황금편) : 황금 채찍 높이 들어 인사하노라.

萬戶垂楊裏(만호수양리) : 수양버들 속 수많은 집들 중에

君家阿那邊(군가아나변) : 그대의 댁은 어디시온지.

 

 

* 말을 달려 붉은 먼지 날리는 길에서 두 장부가 마주친다. 평소에 흠모해 오던 이를 뜻밖에 만나, 채찍 든 손을 높이 모아 예를 갖춘다. 여러 말 나누지 않아도 단번에 의기가 상통하여, 버드나무 사이로 장안 시내를 굽어보며 사는 곳을 물으면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한다. 동작 하나와 한마디 말로 헌헌장부의 기품을 그려내는 솜씨에서, 이백 시의 묘미는 '쉬운 말, 깊은 여운'에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 이것은 의협객이 서로 도시의 먼지(紅塵/홍진) 속에서 만나자 황금 채찍을 높이 들어 구부려 읍을 하고 묻기를, "장안 만호(萬戶)의 수양버들이 푸르고 푸른 가운데 그대의 집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하여, 채찍을 가지고 읍을 하면서 물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유협객들의 상태를 완연히 눈으로 보는 것과 같이 묘사한 것이다.

 

 

其二

朝騎五花馬(조기오화마) : 아침에 오화마(五花馬) 타고서

謁帝出銀臺(알제출은대) : 천자를 뵈온 후 은대문(銀臺門)을 나서누나.

秀色誰家子(수색수가자) : 빼어난 모습, 뉘 집 자제인지

雲車珠箔開(운거주박개) : 구름수레에 구슬 발 열었는데,

金鞭遙指點(금편요지점) : 금 채찍으로 먼 데 가리키며

玉勒近遲迴(옥륵근지회) : 옥 굴레 당겨 유유히 말을 돌리네.

夾轂相借問(협곡상차문) : 수레를 붙여대고 말 건네 보는데

疑從天上來(의종천상래) : 하늘에서 내려온 듯 고상도 하여라.

蹙入靑綺門(축입청기문) : 머뭇대며 청기문(靑綺門)으로 들어섰으니

當歌共銜杯(당가공함배) : 응당 노래하고 술잔도 돌려야지.

銜杯映歌扇(함배영가선) : 머금은 술잔이 노래 부채에 어리나니

似月雲中見(사월운중견) : 마치 구름 새로 달이 비치는 듯.

相見不得親(상견부득친) : 서로 만나 사귀지 못할 바엔

不如不相見(불여부상견) : 만나지 않으니 만 못한 법이지.

相見情已深(상견정이심) : 서로 만나 정 깊어지고 나면

未語可知心(미어가지심) : 말이 없어도 마음 알 수 있으니

胡爲守空閨(호위수공규) : 어이 빈 방 지켜가며

孤眠愁錦衾(고면수금금) : 비단이불에 수심 안고 홀로 잠들리.

錦衾與羅幃(금금여라위) : 비단 이불과 깁 휘장

纏綿會有時(전면회유시) : 얼크러질 때 정녕 있으리.

春風正澹蕩(춘풍정담탕) : 봄바람은 정녕 부드럽기만 한데

暮雨來何遲(모우래하지) : 저녁 비는 어이 그리 더딘지.

願因三靑鳥(원인삼청조) : 원컨대, 삼청조(三靑鳥)

更報長相思(갱보장상사) : 그리운 마음 다시 전해 주기를.

光景不待人(광경불대인) :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아

須臾髮成絲(수유발성사) : 잠깐 새에 검은 머리 흰 실로 변한다네.

當年失行樂(당년실행락) : 호시절 즐거움을 다 놓치고서

老去徒傷悲(노거도상비) : 늙은 뒤에 슬퍼해야 소용없으리.

持此道密意(지차도밀의) : 이 은밀한 이치를 명심하고서

無令曠佳期(무령광가기) : 좋은 때 일랑 허비하지 말진저.

 

 

* 개원천보유사에 따르면, 장안 동시(東市)의 서쪽 평강방(平康坊)은 기녀들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장안의 한량들이 여기 모였으며 해마다 새로 진사(進士)가 된 자들은 붉은 찌지(종이)와 좋은 종이로 만나기를 청하여, 당시 사람들이 이곳을 풍류수택(風流藪澤)이라고 불렀다. 평강방은 도성의 동문(東門)인 춘명문(春明門)으로 들어와 궁성 쪽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구역이다.

 

54구 형식인 상봉행1과는 달리, 30구 장편에 여인을 만난 즐거움을 노래하고 있다. 말꼬리를 이어가는 선련구법(蟬聯句法)을 간간히 사용함으로써, 부분적인 되풀이 효과를 통해 여인과 조금씩 가까워지는 미묘한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한다든가, 좋은 때를 놓치면 후회할 것이라는 은근한 유혹의 말을 늘어놓는 대목을 통해서, 놀기 좋아하고 여자를 가까이 하던 풍류객 이백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장안 근처의 술집에서 고주망태가 되도록 취한 채 방탕한 나날을 보냈던 그 자신의 젊은 시절을 상기해 볼 때, 호탕하게 노니는 작중인물이 누군지 잘 모르겠다며, "빼어난 그 모습 뉘 집 자제인지"라고 한 제3구의 표현은 감정 노출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시치미 떼기 수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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