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소요태능(逍遙太能) (1562∼1649) 열반송(涅槃頌)
解脫非解脫 : 해탈이 해탈이 아니니
涅槃豈故鄕 : 열반이 어찌 고향이리.
吹毛光爍爍 : 취모검의 칼날이 번뜩이니
口舌犯鋒鋩 : 입 벌리면 그대로 목이 잘리네.
소요대사 태능(逍遙大師 太能) (1562∼1649)
조선 중기의 고승. 성은 오씨. 호는 소요(逍遙). 전라남도 담양출신. 어머니가 신승(神僧)으로부터 대승경(大乘經)을 받는 태몽을 꾸었으며, 태어나면서부터 살갗이 선명하고 골격이 씩씩하였다.
어려서부터 탐욕을 싫어하고 도훈(道訓) 을 듣기를 즐겨하였으며, 베풀기를 좋아하고 자비심이 많아 마을사람들이 성동(聖童)이라고 불렀다.
13세에 백양산(白羊山)에 놀러갔다가 뛰어난 경치를 보고 곧 세속을 떠나기로 결심하여 진대사(眞大師)로부터 계(戒)를 받았다.
그때 부휴대사(浮休大師)가 속리산과 해인사로 다니면서 교화를 폈는데, 그 밑에서 경률(經律)의 깊은 뜻을 익혔다.
부휴의 문하에 수백의 제자들이 있었으나, 오직 소요와 충휘(沖徽)· 응상(應祥)만이 법문(法門)의 삼걸(三傑)이라 불렸다.
서산대사(西山大師)가 묘향산에서 교화를 편다는 말을 듣고 찾아가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 : 달마대사가 천축국에서 중국으로 온 뜻이 무엇인가 를 묻는 話頭를 물었다.
서산대사는 한번 보고 곧 건당(建幢)을 시켜 의발 (衣鉢)을 전한 뒤 3년 동안 지도하였다.
그 뒤 얼마 안 되어 서산대사는 그에게,
"그림자 없는 나무를 베어 와서, 물 위의 거품에 모두 살라버린다.
우스워라, 저 소를 탄 사람. 소를 타고서 다시 소를 찾는구나“ 라는 법게(法偈)를 주었다.
30세 되던 해 임진왜란이 일어나 서산과 유정(惟政)이 의병을 일으켜 전장으로 나가자, 그는 폐허가 된 빈 절을 지키며 불전(佛殿)을 수리하고 전쟁 의 희생자들을 위하여 기도를 올렸다.
1624년(인조 2) 조정에서 남한산성(南 漢山城)을 축조하려 할 때 그에게 서성(西城)을 보완하게 하여 이를 완수하 였다.
그 뒤 지리산의 신흥사(神興寺)와 연곡사(燕谷寺)를 중건하였는데, 태능의 도력에 감화된 사람들의 도움으로 며칠만에 공사를 끝마쳤으며, 그가 법 (法)을 설하면 짐승들과 이류(異類)들까지도 감복하였다고 한다.
그는 선(禪) 과 교(敎)를 일원이류(一源異流)로 보는 전통적 견해를 취하였다.
이러한 사상과 경향은 서산대사와 일맥상통하는 흐름이다.
그의 선사상을 요약하면,
(1) 본래청정(本來淸淨)하고 자재하며 완전한 일물(一物)이 있다는 것,
(2) 이 일물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고 밖으로부터 얻어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닌 우 리의 자성(自性)이라는 것,
(3) 이 자성은 추상적이거나 관념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 현실 속에서 모든 사물에 작용하면서도 그 스스로는 초월적이라는 것,
(4) 이 자성이 나의 참된 주인공인 동시에 모든 것의 주인이라는 것,
(5) 이 참 주인공을 철두철미하게 자각(自覺)한 사람은 무위진인(無位眞人)으로서 아무 것에도 의존하거나 결점이 없는 온전한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 등이다.
즉, 상징적인 비유를 통하여 개념적인 지식을 초월하여 바로 그 실상(實相)을 실감하도록 하는 선종의 방법으로 제자들을 깨우치려 하였으며, 철두철미하게 불교를 주체적으로 깨닫도록 하고자 노력하였다.
1649년 11월 21 일 열반이 가까웠음을 알고 제자들에게 설법하다가, 임종 때에는 붓을 찾아
"해탈이 해탈아니거늘 열반이 어찌 고향이겠는가! 취모검(吹毛劒)의 빛이 빛 나고 빛나니 입으로 말하면 그 칼날 맞으리(解脫非解脫 涅槃豈故鄕吹毛光樂 樂口舌犯鋒鎚).“
라는 임종게를 남기고 나이 87세, 법랍 75세로 입적하였다.
평소 태능의 도(道)를 흠모한 효종은 1652년(효종 3) 혜감선사(慧鑑禪師)라는 시호를 내렸다. 저서로는 <소요당집(逍遙堂集)> 1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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