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영빈사칠수(詠貧士七首) - 도연명(陶淵明)
가난한 선비를 노래하다
其一
萬族各有託(만족각유탁) : 온갖 만물은 저마다 의탁할 곳 있는데
孤雲獨無依(고운독무의) : 외로운 저 구름 홀로 의지할 곳 없어라.
曖曖空中滅(애애공중멸) : 어슴푸레 공중에서 없어지니
何時見餘暉(하시견여휘) : 어느 때에 지는 햇빛 보리오.
朝霞開宿霧(조하개숙무) : 아침노을에 묵은 안개 개이고
衆鳥相與飛(중조상여비) : 뭇 새는 함께 날아드는구나.
遲遲出林翮(지지출림핵) : 느릿느릿 수풀 나선 날개
未夕復來歸(미석복래귀) : 저녁도 안 되어 다시 돌아왔구나.
量力守故轍(양력수고철) : 내 역량 헤아려 본래의 길 지키니
豈不寒與飢(기불한여기) : 어찌 얼고 굶주리지 않겠는가.
知音苟不存(지음구불존) : 알아 줄 이 정녕 있지 아니하니
已矣何所悲(이의하소비) : 두어라, 슬퍼할 것 무엇이리오.
其二
凄厲歲云暮(처려세운모) : 처량하게 한 해가 저문다 하니
擁褐曝前軒(옹갈폭전헌) : 헌 옷 두르고 창 앞에서 햇볕 쬔다.
南圃無遺秀(남포무유수) : 남쪽 밭에는 떨어진 이삭 없고
枯條盈北園(고조영북원) : 마른 가지는 북쪽 뜰에 가득하도다.
傾壺絶餘瀝(경호절여력) : 술병을 기울여도 한 방울도 남지 않아
闚竈不見煙(규조불견연) : 부뚜막 살펴봐도 연기도 안 보인다.
詩書塞座外(시서색좌외) : 시서는 자리 밖에 처박혀 있고
日昃不遑硏(일측불황연) : 해가 기울어도 공부할 겨를이 없도다.
閒居非陳厄(한거비진액) : 한가히 살아감이 진나라의 액 아닌데
竊有慍見言(절유온견언) : 은근히 화내는 기운 하는 말에 나타난다.
何以慰吾懷(하이위오회) : 무엇으로 내 마음을 달래어 보나
賴古多此賢(뇌고다차현) : 옛날에 이런 어진이 많음이 힘이 되는구나.
其三
榮叟老帶索(영수노대색) : 영계기 노인은 늙어 새끼 허리띠 하고
欣然方彈琴(흔연방탄금) : 그래도 기뻐하며 거문고를 타는구나.
原生納決履(원생납결리) : 원헌은 뒤축 터진 신발을 신고서
淸歌暢商音(청가창상음) : 맑은 목청으로 서글픈 노래를 불렀도다.
重華去我久(중화거아구) : 순임금은 우리를 떠난 지 오래되고
貧士世相尋(빈사세상심) : 가난한 선비는 대대로 이어졌다.
弊襟不掩肘(폐금불엄주) : 해진 옷깃은 팔꿈치도 못 가리고
藜羹常乏斟(려갱상핍짐) : 명아주 국에는 언제나 밥알도 없었도다.
豈忘襲輕裘(기망습경구) : 어찌 가벼운 갖옷 입는 것을 잊었으리오만
苟得非所欽(구득비소흠) : 구차하게 얻는 것 바라는 바 아니도다.
賜也徒能辯(사야도능변) : 자공도 헛되이 말만 잘하고
乃不見吾心(내불견오심) : 내 마음은 알지(살피지) 못하는구나.
其四
安貧守賤者(안빈수천자) : 가난하고 천하게 산 사람
自古有黔婁(자고유검루) : 옛날부터 <금루>라는 사람이 있었다.
好爵吾不榮(호작오불영) : 좋은 작위도 나는 영화롭게 생각 않고
厚饋吾不酬(후궤오불수) : 후한 선물에도 나는 보답하지 않는다.
一旦壽命盡(일단수명진) : 하루아침에 목숨 다하고
弊服仍不周(폐복잉불주) : 해진 옷으로 몸조차 싸지 못한다.
基不知其極(기불지기극) : 어찌 그 극단을 모르겠는가?
非道故無憂(비도고무우) : 정도가 아니었기에 근심 없었도다.
從來將千載(종래장천재) : 그 후로 이미 천년이나 되어간다
未復見斯儔(미복견사주) : 다시는 이런 사람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朝與仁義生(조여인의생) : 아침에 仁義로 살아가면
夕死復何求(석사복하구) : 저녁에 죽은들 또 무엇을 바라겠는가?
其五
袁安困積雪(원안곤적설) : 원안은 쌓인 눈 속에 갇혀있어도
邈然不可干(막연불가간) : 지혜가 뛰어나 범할 수가 없었도다.
阮公見錢入(원공견전입) : 완공은 돈 들어옴을 보자
卽日棄其官(즉일기기관) : 그날로 자기의 벼슬 버렸도다.
芻藁有常溫(추고유상온) : 풀과 짚에는 항상 따뜻함이 있고
採莒足朝餐(채거족조찬) : 토란을 캐면 아침 음식이 되었도다.
豈不實辛苦(기불실신고) : 어찌 정말로 괴롭지 않으리오
所懼非飢寒(소구비기한) : 두려운 것은 굶주림과 추위가 아니다.
貧富常交戰(빈부상교전) : 빈천과 부귀는 늘 서로 싸우나
道勝無戚顔(도승무척안) : 정도가 이기니 슬픈 얼굴이 없도다.
至德冠邦閭(지덕관방려) : 지극한 덕은 나라에 으뜸이요
淸節映西關(청절영서관) : 청렴한 절개는 서관에 빛났도다.
* 원안(袁安, ? ~ 92년 4월 9일)은 후한 전기의 관료로, 자는 소공(召公)《원안비》(袁安碑)이며 예주 여남군 여양현(汝陽縣) 사람이다. 원안 자신을 포함하여 4세대에 걸쳐 삼공을 배출한 후한의 명문가 여남 원씨(汝南 袁氏)의 시조이다.
* 阮公(완공) : 완적阮籍(210~263), 삼국시대 위(魏)나라의 시인으로 「徘徊蓬池上」이라는 시를 남겼다.
其六
仲蔚愛窮居(중울애궁거) : <중울>은 궁벽한 거처 좋아하여
遶宅生蒿蓬(요택생호봉) : 집을 에둘러 항상 쑥대가 돋아 있었다.
翳然絶交遊(예연절교유) : 숨어 살면서 사람과의 접촉 끊고
賦詩頗能工(부시파능공) : 시와 부는 자못 잘 지었다
擧世無知音(거세무지음) : 온 세상에 알아주는 사람 아무도 없었고
止有一劉龔(지유일유공) : 오직 유공 한 사람이 있었을 뿐이었도다
此士胡獨然(차사호독연) : 이 선비는 어떻게 홀로 그렇게 살았을까
實由罕所同(실유한소동) : 실은 같이하는 사람이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介焉安其業(개언안기업) : 외로이 자기가 하는 일 편히 여기고
所樂非窮通(소락비궁통) : 즐거워하는 일은 궁통하는 일은 아니었다.
人事固以拙(인사고이졸) : 세상살이는 물론 졸렬해보였지만
聊得長相從(요득장상종) : 애오라지 늘 따라갈 수는 있었도다.
* 窮通 : 성질이 침착하여 생각을 깊이 함 (窮達)
其七
昔有黃子廉(석유황자렴) : 옛날에 <황자렴>은
彈冠佐名州(탄관좌명주) : 벼슬을 버리고 나가서 큰 고을을 도왔다
一朝辭吏歸(일조사리귀) : 하루아침에 사직하고 돌아오니
淸貧略難儔(청빈략난주) : 청빈함이 비길 데 없도다.
年饑感仁妻(년기감인처) : 흉년의 기근에 어진 아내가 고마워
泣涕向我流(읍체향아류) : 눈물을 흘리며 나를 보고 울었도다.
丈夫雖有志(장부수유지) : 사나이가 비록 깊은 뜻 지녔어도
固爲兒女憂(고위아녀우) : 본래 자식들 위해서는 근심하노라.
惠孫一晤歎(혜손일오탄) : <혜손>이 만나 보고서 감탄하고
腆贈竟莫酬(전증경막수) : 후한 선물 보냈으나 끝내 받지 않았도다.
誰云固窮難(수운고궁난) : 그 누가 곤궁에 견디기가 어렵다고 하는가?
邈哉此前修(막재차전수) : 뛰어나도다. 이 선현이시여!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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