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영형가(詠荊軻) - 도연명(陶淵明)
형가를 읊는다.
燕丹善養士(연단선양사) : 연나라 태자 단은 무사 양성을 잘하였으니
志在報强嬴(지재보강영) : 그의 뜻은 강한 영을 보복함에 있었도다.
招集百夫良(초집백부량) : 일당백의 뛰어난 인물 불러 모으다가
歲暮得荊卿(세모득형경) : 연말에 가서 형경을 얻게 되었도다.
君子死知己(군자사지기) : 군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이을 위해 죽기도 하는데
提劍出燕京(제검출연경) : 검을 빼어 들고서 연나라 서울로 나섰도다.
素驥鳴廣陌(소기명광맥) : 흰 말은 넓은 길 가에서 우는데
慷慨送我行(강개송아행) : 강개에 차 나를 떠나는 길을 전송한다.
雄髮指危冠(웅발지위관) : 씩씩한 머리털은 높은 갓 떠받치고
猛氣衝長纓(맹기충장영) : 맹렬한 기운은 긴 갓끈 둘러 지르도다.
飮餞易水上(음전역수상) : 역수 가에서 술 마시며 전송하는데
四座列群英(사좌열군영) : 온 좌석에 여러 영재들이 늘어서 있도다.
漸離擊悲筑(점리격비축) : 점리는 비장한 축을 치고
宋意唱高聲(송의창고성) : 송의는 목청을 높여 노래 부르도다.
蕭蕭哀風逝(소소애풍서) : 쓸쓸히 슬픈 바람 불어 가고
淡淡寒波生(담담한파생) : 담담하게 찬 물결이 일어나는구나.
商音更流涕(상음경류체) : 서글픈 가락에 더욱 눈물 흐르고
羽奏壯士驚(우주장사경) : 맑은 소리 음악이 연주되니 장사 놀란다.
公知去不歸(공지거불귀) : 분명히 알겠노라, 떠나가면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을
且有後世名(차유후세명) : 장차 후세에 이름은 남기리니
登車何時顧(등거하시고) : 수레에 오르고서 영영 뒤돌아보지 않는구나.
飛蓋入秦庭(비개입진정) : 수레 지붕 날려서 진나라 궁정으로 들어가
凌厲越萬里(능려월만리) : 힘을 떨쳐 만 리 먼 길 넘어가고
逶迤過千城(위이과천성) : 좁은 길 거치고 천 개의 도성 지났도다.
圖窮事自至(도궁사자지) : 지도가 다 펴지자 일이 절로 닥쳐와
豪主正怔營(호주정정영) : 호방한 임금도 정녕 겁에 질려있구나
惜哉劍術疎(석재검술소) : 아깝도다. 검술이 허술하여서
奇功遂不成(기공수불성) : 기묘한 공적을 마침내 이룩하지 못했도다.
其人雖已沒(기인수이몰) : 그 사람 비록 이미 세상을 떠났으나
千載有餘情(천재유여정) : 천년이 지나가도 깊은 정이 남아 있도다.
* 형가(荊軻)는 전국시대의 자객(刺客)이다. 연(燕)나라 태자 단(丹)의 의뢰로 진시황(秦始皇) 영정(嬴政-BC247∼210재위)을 암살하러 갔다가 실패하여 죽었다.
이 시는 도연명(陶淵明)이 아직 전원(田園)으로 은둔하기 이전에 쓴 작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당대의 정치 사회에 대하여 어쩔 수 없는 혐오(嫌惡)를 느끼면서도 일종의 분노와 열정을 가지고 사회를 위해 애써보려는 심정이 폭군(暴君)을 제거하기 위해 나선 형가(荊軻)에게 깊은 공감(共感)을 느낀 나머지 쓴 시이다.
* 연단(燕丹) : 전국칠웅 중의 하나였던 연(燕)나라의 태자 단(丹)을 말한다. 지금의 하북성(河北省) 북부 일대를 차지하고 BC222년까지 존속했다. 단(丹)은 연(燕)나라 마지막 왕인 연왕 희(喜)의 태자로 형가(荊軻)를 시켜 진왕(秦王) 영정(嬴政)을 암살하려다가 실패했다. 기원전 226년 진(秦)이 연(燕)에 쳐들어왔을 때, 연왕(燕王) 희(僖-BC255∼222재위)는 단(丹)을 베어 진나라에 바쳤다.
* 영정(嬴政) : 진시황의 이름으로, 영은 성이고 정은 이름이다. 후에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하고 그 호를 시황제라 칭한 것이다.
* 형경(荊卿) : 형가(荊軻)를 존경하여 부른 말. 경(卿)은 존칭.
* 군자사지기(君子死知己) : 사기(史記) 자객열전의 예양(禮讓) 부분에 나오는 말로 원문은 君子死知己, 女爲說己者容이다. 「사나이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서 죽고, 계집은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화장을 한다.」라는 뜻이다.
* 연경(燕京) : 연(燕)나라의 서울. 지금의 계(薊)로 북경(北京)부근에 있다.
* 소기(素驥) : 백마(白馬). 형가(荊軻)가 자객으로 떠날 때 배웅 나온 태자 단(丹)과 빈객들은 모두 흰옷을 입고 흰말을 탔다고 했다.
7) 역수(易水) : 하북성(河北省) 역현(易縣)을 흐르는 강. 하류는 거마하(拒馬河)로 들어가서 천진(天津)을 거쳐 발해만으로 흘러 들어간다. 역현(易縣)은 북경 서남쪽 100km 지점에 있다.
* 점리(漸離) : 성은 고(高), 이름이 점리(漸離)이다. 형가(荊軻)의 친구로 거문고 비슷한 축(筑)이라는 악기를 잘 다루었다. 연(燕)나라가 망한 후 한때 몸을 숨겼다가 발각되어 진왕에게 붙잡혀 와 그 앞에서 축을 탔는데, 그 때 남몰래 악기 속에 숨겨온 남(鉛)을 꺼내 영정(嬴政)을 쳐죽이려다 실패하고 그 자리에서 살해되었다.
* 송의(宋意) : 회남자(淮南子-秦族訓)에,「형가가 진(秦)왕을 자살(刺殺)하러 갈 때, 고점리(高漸離)와 송의(宋意)는 그를 위하여 축(筑)을 타면서 역수(易水)가에서 노래를 했다.」는 기록이 있다. 사기(史記)에는 형가(荊軻)가 노래를 부른 것으로 기록이 되어있다. 즉「風蕭蕭兮易水寒 壯士一去兮不復還. 바람은 썰렁썰렁 역수(易水)는 차갑습니다. 장사(壯士)는 한번 가서 돌아오지 아니합니다.」
* 상음(商音) : 상조(商調). 중국 고대 음악에는 궁(宮), 상(商), 각(角), 치(徵), 우(羽)의 다섯 개의 기본음이 있는데 상(商)이 기준이 되는 음계를 말함. 서양음악에서 F단조, C장조하는 것과 같음. 상조(商調)는 애상적(哀想的)인 감정을 일으키는 곡조임.
* 우주(羽奏) : 우조(羽調). 우(羽)가 기준이 되는 음계. 감정을 격동시키는데 적합한 곡조임.
* 비개(飛蓋) : 거개(車蓋)가 나르다. 개(蓋)는 고대(古代) 수레 위에 받치는 비단으로 만든 일산(日傘). 수레를 몹시 빠르게 몬다는 형용임.
* 만리(萬里) : 형가(荊軻)가 떠난 연(燕)나라 서울 계(薊-北京)에서 진(秦)나라 서울 함양(咸陽-西安)까지는 약 1,200km 떨어져 있다.
* 도(圖) : 지도(地圖). 형가(荊軻)는 진왕 영정(嬴政)을 만나기 위하여, 진(秦)나라 장군으로 연(燕)나라에 망명하고 있었던 번오기(樊於期)가 자진하여 내어준 그의 수급(首級)과 연(燕)나라 독항(督亢)의 지도(地圖)를 선사품으로 가져갔다. 지도(地圖)는 돌돌 말게 되어 있었는데 그 속에는 진왕 영정(嬴政)을 찔러 죽일 비수(匕首)를 간직했었다 .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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