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중력렌즈란 아인슈타인 일반상대성 이론에 따라 앞에 있는 별(그림에서 A)의 중력에 의해 뒷별(B)에서 나온 별빛이 진행방향으로 휘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두 별이 일직선상에 있지 않으면 뒤별이 어두운 반면(가), 나란히 정렬되면 뒤별이 렌즈현상을 겪어 밝아진다(나). 이때 앞에 있는 별에 행성이 있으면 별의 밝기가 단순하지 않고 두 번 이상 밝아지는 독특한 현상이 나타난다.
우주에도 '신기루'가 있었네.
중력 가진 천체 지나가면 빛도 휘어져
실제론 하나인 천체가 여러 개로 보여
사막 한가운데서 느닷없이 숲이 나타나는 것을 봤다는 얘기를 여행담에서 읽은 적이 있을 것이다.'신기루'라는 것이다. 빛은 보통 똑바로 나아가는데, 공기가 불안정해 여기저기서 꺾어져 굴절을 일으킬 때 신기루가 보인다. 즉 빛의 경로가 어떤 이유로 변하면서 생기는 것이 신기루다.
우주 공간에서도 신기루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물론 우주 공간에 불쑥 우거진 수풀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하나인 천체가 여러 개로 쪼개져 보이고, 은하의 모습이 활처럼 굽은 모양으로 변하는가 하면, 실제 천체에는 아무 변화가 없는 데도 거기서 나온 빛이 갑자기 수십 배 밝아 보이는 것 등이 우주에서 나타나는 신기루다.
지상의 신기루가 빛이 굴절돼 나타나는 것임은 앞서 말했다. 우주의 신기루도 똑같은 이유로 빛이 직진하지 못하고 방향이 휘어지기 때문에 일어난다.
지구상에서는 불안정한 공기가 빛이 직진하지 못하게 한다지만, 공기가 없는 우주에서 빛의 방향을 바꾸는 것은 무엇일까. 범인은 '중력'이다.
중력이 빛을 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아인슈타인이 처음 예견했다. 중력에 의해 빛이 휘는 방향을 보면, 중력이 꼭 빛을 끌어당기는 것 같다.
이제 아주 먼 곳에 작은 점 만하게 보이는 은하가 있고, 그 은하와 지구 사이에 강한 중력을 지닌 천체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처음에는 그 은하에서 나온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그러다 중간에 있는, 강한 중력을 지닌 천체 주변을 지나는 빛은 중력원의 중심 방향으로 약간 휘게 된다. 퍼져나가던 빛이 가운데로 모이는 것이다.
'빛이 가운데로 모인다'는 얘기에서 뭔가 떠오르는 것이 없는가! 빛을 모으는 볼록 렌즈(돋보기)와 같은 역할을 중력이 하는 것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중력렌즈'라고 부른다. 이것 때문에 하나인 천체가 여러 개로 보이게 하는 등 우주의 신기루가 생긴다.
중력렌즈 현상을 사람들이 최초로 알아챈 것은 1979년에 이르러서였다. 사실 그 전에도 활처럼 휜 모양의 이상한 은하를 보아 왔지만, 중력렌즈 때문에 변형돼 그렇게 보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단지 은하의 모양이 원래 그러려니 했을 뿐이었다.
그러다 79년 하나의 별이 두개로 보이는 현상을 미국의 천문학자들이 관측했다. 지구에서 1백억년쯤 떨어진 거리에 두개의 천체(퀘이서라고 말함)가 아주 가까이 붙어 있었는데, 이 천체로부터 나온 빛을 조사해 보니 구성 물질도 같고 지구에서의 거리도 완벽히 일치했다. 사실은 하나의 천체인데 중력렌즈 현상 때문에 둘인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 뒤 많은 천문학자들이 중력렌즈 현상을 연구했다. 그 결과 먼 은하의 모양과 밝기가 어떻게 변형 되는지 로부터, 중력렌즈의 원인이 되는 천체의 질량과 지구로부터의 거리 까지도 알아낼 수 있게 됐다.
중력원인 천체가 거대한 행성 등이어서 빛을 내지 않아 허블 망원경으로는 볼 수 없더라도 중력렌즈 현상을 통해서는 존재를 알아낼 수 있다. 실제 이 방법으로 과학자들은 우리 은하 내에서 약 1천개의 작은 블랙홀과 '백색왜성'이라는 천체 등을 찾아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아주 정밀한 중력렌즈 현상 관측기기를 만들어 오는 2009년 인공위성 궤도에 올려놓을 계획을 갖고 있다. 충북대 연구팀도 이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목표는 우주 공간의 보이지 않는 천체들을 찾아내 우주의 물질 분포를 알아냄으로써 아직 미완성인 우주의 구조와 진화에 대한 이론을 진보시키는 것. 이 원대한 계획에 우리가 핵심 역할을 할 정도로 한국 과학의 수준도 발전했다.
한정호 충북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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