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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에는 꽃이 피네
*** 時調詩 ***/한국 古時調

물 아래 그림자 지니 : 정철(鄭澈 1537~1594) 작자 미상?

by 산산바다 2025.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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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아래 그림자 지니 : 정철(鄭澈 1537~1594) 작자 미상?

 

물 아래 그림자 지니 다리 위에 중이 간다.

저 중아 게 있거라, 너 가는 데 물어보자.

막대로 흰 구름 가리키고 돌아 아니 보고 가노매라.

 

전문 풀이

물 아래 그림자가 비치기에 쳐다보니, 다리 위에 중이 가는구나.

저 스님 거기 좀 서 있으시오, 그대의 가는 곳을 물어봅시다.

석장(錫杖)을 들어 흰 구름만 가리키고 돌아보지도 않고 가 버리더라.

 

어휘 풀이

<물 아래> : 다음에[ 나오는 다리 위와 대구(對句)를 이루는 것인데, ‘다리 아래에 흐르고 있는 물이라는 뜻이다.

<> : 거기에.

<막대로> : 막대기로. 지팡이로. 스님이 짚고 다니는 긴 지팡이를 석장(錫杖)이라 부른다. 일종의 무기로도 썼다.

<가노매라> : 가는구나. ‘노매라는 감탄형 종결어미.

 

감상

하늘에 둥실 떠 있는 흰 구름과도 같이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정처 없이 떠돌아다닌다는 것을 암시한 것이다. 그래서 선사(禪師)를 가리켜 '운수(雲水)'라고 부르는 것이다.

 

'막대로 흰 구름 가리키고 돌아보지도 않고 가는 다리 위의 중'이 어쩌면 '관농 풍경을 잘 아는 선사'일지도 모른다. 그랬으면 더욱 좋겠다. '무애가'를 부르면서 매인 데 없이 천하를 두루 돌아다녔다는 원효대사의 모습이 이러한 것이 아니었을까.

부처님의 길을 바로 깨달은 원효대사가 스스로를 비승비속(非僧非俗)이라 일컬으면서 자유인의 극치를 살았던 것과 운수행각(雲水行脚)에 무슨 관련이 있었을까. 우주의 진리가 자연 속에 있다면, 자연 속을 헤맨 그 생활은 진여(眞如)의 세계를 편답한 것이 아닐까? 자연 중에서도 아름다운 자연에는 진여가 더 많이 차 있을 것만 같다.

 

고전주의 시인들은 현실에 자리를 잡고, 현실을 직면하며 시를 쓰고 있지만, 낭만주의 시인들은 현실에서, 또는 밖에서 세상의 명리(名利)를 굽어보거나, 져버리고 상상의 세계에 살며, 자연을 좋아한다.

 

우리 조상들은 현실을 초월하고, 부귀공명을 무시하면서 자연을 벗 삼았던 바, 그 자연에서 영원불변(永遠不變)의 아름다움을 찾아 자연의 절묘하고 심유(深幽)한 아름다움 속에 침잠(沈潛)하기를 염원하였다. 그것은 아마도 시끄러운 속세의 번잡함을 피하기 위한 자기 도피의 일환이었는지 모른다.

 

이 시조 역시 유한(有限)의 세계에서 무한(無限)의 세계로 잇는 영원성을 추구하면서 속세를 등진 청정무구(淸淨無垢), 자유무애(自由無碍)의 경지를 동경하고 있다. 그 표현의 매체로 냇물그림자구름등의 적절한 실상과 허상의 어휘들을 구사하여 작자의 사물을 바라보는 눈과 예술적 심미안(審美眼)이 비범하다는 것을 직감하게 한다.

 

물 아래 그림자 지니 위에 중이 간다.’는 초장에서는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그 강물을 안은 산비탈이거나 벌판을 바라보는 지은이의 관조(觀照)가 이미 범상이 아님을 알 만하다. 그는 그림자ㆍ구름ㆍ중ㆍ강물같은 허상(虛像)’, 그리고 표표한 것’, ‘흘러가는 것초연한 이를 매체(媒體)로 거의 무한한 것을 표상(表象)하고자 하는 것이다.

 

만일 우리의 감상이 지은이의 관조(觀照)를 따를 수 있다면, 수천 리를 더 갈지도 모르는 강의 길이와 들의 넓이에서 거침없이 흐르는 구름과, 그만큼 푸른 하늘을 가리킨 수도자(修道者)의 지팡이의 뜻을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는 유()와 무()의 나라에 스스로 자리하여 그 세계를 요가는 것일까? 그런데 또 <근화악부(槿花樂府)>에는, ‘물 아래 그리마 지니, 다리 우에 중놈 셋 가는 중에 말째 중아 게 있거라 말 물어 보자, 인간 이별 만사 중에 독숙공방 삼겨주시던 부처 어느 절 어느 법당 탁자 우에 감중련(坎中蓮)하고 두 눈이 까맣게 앉았더냐.

일러라 보자 그 중이 막대를 높이 들어 백운을 가라치며 일러 속절없다 하더라.’고 사설시조로 죈 것이 있다. 아마도 점잖지 못한 이 시조를 간추린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본다. - 이상보 : <명시조감상>(을유문화사.19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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