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단가육장(短歌六章) : 이신의(李愼儀 1552~1627)
(1장)
장부의 하올 사업 아는가 모르는가
효제충신(孝悌忠信)밖에 하올 일이 또 있는가
어즈버 인도(人道)에 하올 일이 다만 인가 하노라.
(2장)
남산에 많던 솔이 어디로 갔단 말고
난(亂) 후 부근(斧斤)이 그다지도 날랠시고
두어라 우로(雨露) 곧 깊으면 다시 볼까 하노라.
(3장)
창 밖에 세우(細雨) 오고 뜰 가에 제비 나니
적객의 회포는 무슨 일로 끝이 없어
저 제비 비비(飛飛)를 보고 한숨 겨워하나니
(4장)
적객에게 벗이 없어 공량(空樑)의 제비로다
종일 하는 말이 무슨 사설 하는지고
어즈버 내 풀어낸 시름은 널로만 하노라
(5장)
인간(人間)에 유정한 벗은 명월밖에 또 있는가
천 리를 멀다 아녀 간 데마다 따라오니
어즈버 반가운 옛 벗이 다만 넨가 하노라.
(6장)
설월(雪月)에 매화를 보려 잔을 잡고 창을 여니
섞인 꽃 여윈 속에 잦은 것이 향기로다
어즈버 호접(蝴蝶)이 이 향기 알면 애 끊일까 하노라.
[현대어 풀이]
<1장>
대장부가 해야 할을 아는가 모르는가
효제충신 외에 해야할 일이 또 있는가
아아, 인간의 도리로 해야할 일이 다만 이것뿐인가 하노라.
<2장>
남산에 그 많던 소나무가 다 어디로 갔다는 말인가.
임진왜란 후에 부근(큰 도끼와 작은 도끼)이 그다지도 날랠까.
두어라, 비와 이슬(임금의 은혜)이 깊으면 다시 볼까 하노라.
<3장>
창 밖에 가랑비 오고 뜰 가에 제비가 날아드니
적객(귀양살이하는 사람)의 회포는 무슨 일로 끝이 없어
저 제비 날아다니는 모양을 보고 한숨을 이기지 못하나니.
<4장>
적객에게 벗은 없고 다만 빈 대들보 위의 제비로구나.
종일토록 하는 말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가.
아아, 내가 풀어낸 시름은 너보다도 많도다.
<5장>
인간에게 진정한 벗이 밝은 달 외에 또 있는가.
천 리를 멀다 않고 가는 데마다 따라오니
아아, 반가운 옛 친구가 다만 너뿐인가 하노라.
<6장>
눈을 비추는 달빛에 매화(유배 중에도 지조를 간직한 화자를 상징)를 보려고 술잔을 잡고 창문을 여니
눈 속에 섞여 있는 시든 꽃에서 향기가 풍겨나는구나.
아아, 나비(임금을 상징)가 이 향기를 알면 애 끊을까 하노라.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유배지에서의 생활과 심정을 담아낸 6수의 연시조이다. 작가는 광해군 9년(1617년) 인목대비의 폐위를 반대하는 상소문을 올렸다가 함경도로 유배되는데, 그때의 심정과 처지가 이 작품에 잘 드러나 있다. 다른 시조와 마찬가지로 자연물에 관습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화자의 처지와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제2수의 '솔'은 남산에 있다 베어진 것으로 표현되는데, 이는 조정에서 쫓겨나 유배를 간 작가를 상징하고, '우로'는 베인 솔이 이전의 상태로 회복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따라서 임금의 은혜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제5수의 '명월'은 화자를 '천지를 멀다 아녀' 따라오는 대상이라는 점에서 진정한 벗으로서의 의미를 드러내고 있다. 제6수의 '매화'는 여윈 모습으로 꽃을 피운 것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이는 유배 생활 중 작가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으며, '향기'가 깊이 배어있는 것으로 보아, 작가가 간직하고 있는 지조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정리]
형식 및 갈래 : 연시조, 평시조, 유배가, 연군가
구성
* 1장 → 장부의 할 일 - 효제충신
* 2장 → 귀향지에서 임금의 부름을 받기를 기다리는 마음
* 3장 → 유배지에서의 처량한 신세 한탄
* 4장 → 유배객의 시름
* 5장 → 달을 보며 시름을 달램
* 6장 → 자신의 지조를 임금이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
주제 : 유배지에서 느끼는 임금에 대한 충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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