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산촌에 눈이 오니 : 신흠(申欽 1566~1628)
산촌(山村)에 눈이 오니 돌길이 묻혔구나
사립문 열지 마라 날 찾을 이 누가 있으리
밤중만 한 조각 밝은 달이 그것이 벗인가 하노라
[현대어 풀이]
산골 마을에 눈이 내리니 돌길이 눈에 묻혔구나.
사립문 열어 놓지 말아라, 나를 찾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밤중쯤 한 조각 밝은 달이 떠오르면 그것이 나의 벗인가 하노라.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작가가 인목대비 폐위 사건인 계축년 옥사로 고향인 춘천에 유배되었을 때 지은 시조로, 산촌에서 자연을 벗하며 살아가는 은사(隱士)로서 삶이 잘 그려져 있다. 눈이 내려 외부와 연결된 돌길마저 눈에 묻혀버린 인적 없는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조각의 달을 벗 삼아 조용히 살아가고자 하는 화자의 소망을 잘 드러내고 있다. 특히 '사립문(시비)'을 닫힌 채로 그냥 두라는 말은 속세를 멀리하고 자연에 묻혀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얼핏 보면 이 시조는 자연과 벗하는 산속의 생활을 즐기고 있는 듯이 보인다. 즉, 인간 세상과 떨어져서 자연 속에서 한가한 정취를 느끼고 있는 듯이 여겨진다.
그러나 이 시조는 신흠이 영창대군과 김제남 등을 제거한 계축화옥에 연루되어 고향인 김포에 물러가 있다가 춘천에 유배되어 있을 때 지은 것이라는 창작의 배경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배경하에 이 시조를 볼 때, 이 시조는 자연과 벗하는 즐거움보다는 산중 생활의 외로움과 고독을 노래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가뜩이나 지인들이 찾기 힘든 산촌에 유배당해 있는데 눈마저 와서 외부의 세계와는 단절되어 있다. 누군가가 눈에 묻혀 있는 길을 따라 자기를 만나러 올 것이라고도 여겨지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 인식 아래 화자는 한밤중에 빛나는 달만이 자신의 벗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달이 진정한 벗임을 말하기보다는 달밖에 벗할 것이 없음을 노래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작자]
신흠(申欽 1566~1628)은 조선시대 예조참판, 자헌대부, 예조판서 등을 역임한 문신이다. 1566년(명종 21)에 태어나 1628년(인조 6)에 사망했다. 1585년에 진사시와 생원시에 합격하고 1586년에 별시 문과에 급제하였다. 이이와 정철을 옹호하여 동인의 배척을 받았으나 뛰어난 문장으로 선조의 총애를 받았다. 1613년 계축옥사에 연루되어 파직되었다가 유배되었는데 인조가 즉위하면서 중용되었다. 1627년 정묘호란이 일어나자 좌의정으로서 세자를 수행하고 전주로 피난했다. 이정구·장유·이식과 함께 조선 중기 한문학의 종통으로 칭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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