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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時調詩 ***/한국 古時調

세월이 여류하니 : 김진태(金振泰 1700년대 ?~?)

by 산산바다 2025.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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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여류하니 : 김진태(金振泰 1700년대 ?~?)

 

 

세월(歲月)이 여류(如流)하니 백발(白髮)이 절로 난다.

뽑고 또 뽑아 젊고자 하는 뜻은

북당(北堂)에 재친(在親)하시니 그를 두려 하노라.

 

김진태(金振泰) 시조 26수 중 <13>

 

語句

歲月 : 세월 如流 : 흐르는 것과 같이 白髮 : 흰 머리 北堂 : 별당 親在 : 어버이가 계시다

 

[감상]

김진태(金振泰 1700년대 ?~?)의 시조 26수 중 <13> <세월이 여수하니>

늙어감에 대한 탄식과 모친에 대한 효심을 아울러 표현한 것이다. 세월은 물처럼 흘러서 흰머리가 나는데, 어머니께서 북당에 계시니 자신의 늙어감을 어머니께 보일 수 없어 흰머리를 자꾸 뽑는다고 하였다. 마지막 수는 젊은이에게 주는 경계다. 시간은 덧없이 흘러가니 소년이라고 자랑하지 말라고 했다. 검은 머리가 곧 흰머리가 된다면서 자신도 젊음이 매양 있을 줄 알고 믿었다가 늙음은 금방 닥치는 것임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생애 및 활동사항]

영조(1694~1776) 시대에 1766(영조 42)에 증보한 해동가요(海東歌謠)의 부록인 청구가요(靑丘歌謠)에 김수장(金壽長)이 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군헌의 작품은 뜻이 뛰어나고 향운(響韻)이 매우 맑아 시속에 물들지 않았다. 지형이 험한 무협(巫峽)처럼 쓸쓸함과 울창함이 있고, 기이한 말과 아름다운 표현은 봉래산과 영주산에 사는 신선들의 말과 같다. 일찍이 서로 알고 지내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라고 작품 성향을 밝히면서, 자신과 직접적 교유관계가 없었음을 아쉬워하고 있다.

또 그의 단가 냇ᄀᆞ에 ᄒᆡ오라바 므스 일 서 잇ᄂᆞᆫ다로 시작되는 입춘가(立春歌)신선이 잇단 말이 암아도 허랑ᄒᆞ다.”로 시작되는 진선가(眞仙歌)26수를 소개하고 있다.

 

작품은 대체로 변화가 심한 세상사나 인심 속에서도, 자연과 가까이하며 맑은 마음을 지니고 욕심 없이 살고자 하는 뜻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 밖에 늙음을 탄식한 것, 임금에 대한 충성심과 절개를 노래한 것, 문장과 경륜에 대한 소망을 읊은 것 등의 작품이 있다.

 

김진태(金振泰 1700년대 ?~?)는 조선후기 입춘가(立春歌), 진선가(眞仙歌)등을 노래한 음악인. 영조 때의 가인(歌人)이다. <청구가요(靑丘歌謠)><악학습령(樂學拾零)>에 의하면, 그의 자는 군헌(君獻) 또는 군유(君猷)이고 호는 항은(巷隱)이며 본관은 경주다. 젊어서 서리(胥吏)를 지냈다. 그리고 위항(委巷)의 시단인 금란사(金蘭社)에 참여하여 한시를 짓고 활동했다. 김수장은 김진태의 작품에 대하여 이렇게 썼다. “김군헌의 작품을 보니 뜻이 뛰어나고 소리가 매우 맑아 시속에 물들지 않았다. 무협(巫峽)의 쓸쓸함이 있고, 기이한 말과 아름다운 표현은 봉래산과 영주산에 사는 신선들의 말과 같다. 일찍이 서로 알고 지내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 그의 시조 작품은 대체로 세상일을 개탄하고 권계(勸戒)하며, 자연을 즐기고 맑은 마음으로 강호에서 살고 싶은 뜻을 표현하고 있다.

 

시조 26수가 전한다.

<1>

박고통금(博古通今)하니 크기도 가장 크다.

이성만물(以盛萬物)하니 근중(斤重)이 가이 없다.

두어라 환해(宦海)에 띄워 이제불통(以濟不通)하리라.

 

<2>

북명(北溟)에 유어(有魚)하니 이름이 곤()이로다.

화이위조(化而爲鳥)하니 이 이른 대붕(大鵬)이라.

천만리(千萬里) 순식(瞬息)만 여기기는 너뿐인가 하노라.

 

<3>

()이 영()타 하되 효험(效驗)이 바이 없다.

청심(淸心) 절욕(節慾)하면 이 아니 선약(仙藥)인가.

아마도 이 약 이름은 사군자(四君子)인가 하노라.

 

<4>

신선(神仙)이 있단 말이 아마도 허랑(虛浪)하네.

진황(秦皇) 한무(漢武)는 깨달을 줄 모르던고.

아마도 심청신한(心淸身閑)하면 진선(眞仙)인가 하노라.

 

먼저 자신의 자부심을 읊은 작품을 골랐다. 첫 수는 뛰어난 인물을 찬양한 것인지 스스로를 자찬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능력과 지혜가 출중함에 대한 강한 자부를 표현한 것이다. 한문구절을 자주 썼는데 이는 그가 한시 작가이기도 한 데서 연유한다고 할 것이다. 옛일을 널리 알고 지금 일에도 통달했다면서 만물을 번성케 하니 무게가 헤아릴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사람이 벼슬길에 나서야 통하지 못한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여 숨은 자부심을 은근히 드러내었다. 둘째 수는 <장자> 소요유편(逍遙遊篇)에 나오는 이야기를 그대로 읊은 것이다. 북쪽 바다에 이름이 곤이라는 고기가 있는데, 변하여 붕이라는 새가 되면 그 크기가 수천리가 된다는 우화를 그대로 시화했다. 아마 자신을 대붕에 비유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셋째 수는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의 고결함을 본받아서 사람도 맑은 마음과 절제된 욕망으로 살면 선약의 효험을 누릴 것이라는 권계의 말이다. 약이 효험이 없다고 한탄하지 말고 마음을 맑게 지니고 욕심을 절제하라고 권고한 뜻은, 자신은 그렇게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자긍심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넷째 수도 앞 시와 비슷한 의취(意趣). 진시황이 선약을 구하려고 동남동녀를 삼신산으로 보내고, 한무제가 신선술을 좋아하여 방사들의 말을 믿은 따위의 일은 신선이 없다는 것을 모르고 한 허랑한 짓이라는 것이다. 그러기보다는 마음을 맑게 가지고 몸이 한가로우면 그것이 바로 신선이 되는 길이라고 하여, 자신이 거기에 가깝다는 자부심을 드러내었다.

 

<5>

장공(長空)에 떴는 솔개 눈살핌은 무슨 일고.

썩은 쥐를 보고 반회불거(盤廻不去)하는구나.

만일에 봉황(鳳凰)을 만나면 웃음 될까 하노라.

 

<6>

환해(宦海)가 도도(滔滔)하니 인생대족(人生待足) 하시족(何時足).

공명(功名)이 오인(誤人)이라 깨다를 이 뉘 있으리.

자고(自古)로 강산풍월(江山風月)이 임자 적다 하더라.

 

<7>

모란화(牧丹花) 좋다커늘 빗김에 옮겼더니

춘풍일야(春風一夜)에 만원화개(滿院花開) 부귀춘(富貴春)이라.

어디서 빈천(貧賤)을 염()하여 가지고자 하느니.

 

<8>

지저귀는 저 까마귀 암수를 어이 알며

지나는 저 구름에 비 올동말동 어이 알리.

아마도 세사인정(世事人情)도 다 이런가 하노라.

 

<9>

어화 벗님네야 착하다 자랑마소.

시비(是非) 장단(長短)이 오로다 문장습기(文章習氣)

세상에 불민농고(不敏聾瞽)는 나뿐인가 하노라.

 

그의 현실의식이 드러나는 작품을 골랐다. 그는 앞에 나온 도덕적 자부심을 바탕으로 현실을 비판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첫 수는 권세나 이욕을 쫓는 세속적인 무리들을 우화적 수법으로 풍자하는 내용이다. 하늘 높이 떠 있는 솔개는 세속적 욕망을 추구하는 사람을 뜻하고, 썩은 쥐를 보고 빙빙 돌며 가지 않는 행위는 그들이 권세나 이욕을 탐내는 꼴을 빗댄 것이다. 이것을 세속적 명리를 초월한, 고결한 봉황에 대비시킨다면 얼마나 웃음거리가 되겠는가라고 했다. 물론 시인은 명리를 초월한 도덕적 우월감에서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수에는 벼슬살이에 골몰하는 사람들을 대놓고 비판하고 있다. 벼슬길에 다툼이 심한데 거기에서 바라는 바를 언제 채울 것이냐. 부귀공명을 바라다가 그 때문에 사람이 잘못되기 일쑤이니 이것을 왜 깨우치지 못하는가. 예부터 벼슬을 버리고 강산에 돌아가 풍월을 즐기는 사람이 적다고 그러더니 과연 그렇구나. 이렇게 읽을 수 있다. 셋째 수는 빈천을 싫어하고 부귀를 탐하는 세상인심을 은근히 비꼬는 작품이다. 사람들이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꽃을 좋다고 하는데, 봄이 되어 하룻밤 사이에 모란꽃이 피었다. 사람들은 빈천을 싫어하여 이 꽃을 가지고 싶어 하지만, 억지로 바란다고 부귀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넷째 수는 복잡한 세상살이에서 시비를 가리기가 쉽지 않다는 내용이다. 세상 사람들은 남의 일에 참견하여 시시비비를 가리기 좋아하지만 시비를 정확히 가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까마귀의 암수를 구별하기 어렵듯이, 어느 구름에 비가 들었는지 알기 어렵듯이 세상사의 시비곡직은 사정을 완전히 알기 전에는 가리기 어렵다고 했다. 마지막 수에는 현실의 가치판단이 문장이나 하는 자들의 습관에서 나온다는 심각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자신이 착하다고 자랑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여, 그가 자랑하는 시비장단의 가치관이 모두 글 읽은 자들의 이념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고 정곡을 찌른다. 그리하여 자신은 어리석고 귀먹은 벙어리로 세상살이에 우둔한 바보라면서 문장 하는 자들의 가치관에 개의치 않는다는 심정을 드러내었다. 사대부 지식인을 자처하는 사람들에게 심각한 도전을 한 셈이다.

 

<10>

초생(初生)에 비친 달이 낫같이 가늘다가

보름이 돌아오면 거울같이 두렷하다.

아마도 인지성쇠(人之盛衰) 저러한가 하노라.

 

<11>

하늘이 높으시되 인간사어(人間私語)를 들으시고

암실(暗室)에 기심(欺心)인들 신목(神目)이 번개로다.

아마도 높고 두렵기는 천뢰(天雷)신가 하노라.

 

<12>

벽상(壁上)에 걸린 칼이 보믜가 났다 말가.

() 없이 늙어가니 속절없이 만지노라.

어즈버 병자국치(丙子國恥)를 씻어 볼까 하노라.

 

<13>

세월(歲月)이 여류(如流)하니 백발(白髮)이 절로 난다.

뽑고 또 뽑아 젊고자 하는 뜻은

북당(北堂)에 재친(在親)하시니 그를 두려 하노라.

 

<14>

저 총각(總角) 말 듣거라 소년광경(少年光景) 자랑 마라.

광음(光陰)이 덧없으니 녹발(綠髮)이 즉백발(卽白髮)이로다.

우리도 소년(少年)을 믿다가 배운 일이 없어라.

 

여기에서는 깨우침과 늙음을 탄식하는 작품을 골랐다. 사람은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하고 나이가 들어서야 깨우침에 이르게 되고, 또 그것을 고쳐 할 수 없는 노년에 이르렀음을 탄식하게 되나보다. 첫 수에는 달의 차고 이울어짐을 예로 들어 인생살이의 번성과 쇠락도 이와 같다고 깨우치고 있다. 초승달이 낫 같다거나 보름달이 둥근 거울 같다는 것은 흔한 직유다. 둘째 수는 하늘이 신목(神目)으로 보고 천뢰(天雷)로 징벌함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깨우침을 쓴 것이다. 하느님은 없는 듯하지만 만유에 편재하여 사람들이 사사로이 하는 말을 다 들으며, 어두운 방에서 남을 속이려는 마음도 신령스런 눈으로 번개같이 알아낸다고 했다. 그리하여 악한 자를 천뢰, 곧 벼락으로 징벌하는 것이니 이를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서학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작품으로 보아선 하느님의 실재를 믿고 있다. 물론 유교에서도 하늘의 관념은 있고 민간신앙에서도 마찬가지다. 여기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하느님의 관념, 또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철학을 함유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셋째 수는 병자호란의 국치를 씻지 못하고 몸이 늙어가는 것을 탄식한 작품이다. 벽에 걸린 칼은 실제 사물이기도 하고 마음속에 품은 감연한 결의를 상징하기도 한다. 보믜는 녹의 옛말이다. 오랑캐에게 당했던 병자년의 국치를 씻어보려고 굳게 다짐했지만, 아무 공도 이루지 못한 채 노년에 접어들어 칼은 녹슬고 결의는 보람 없이 되었다는 탄식이다. 숭명배청(崇明排淸)은 병자호란 후 민족의 공통된 정서였지만 세월이 흐르자 북벌론은 사라지고 북학론이 대두되었는데, 그는 아직 숭명배청의 정서를 버리지 않았다. 넷째 수는 늙어감에 대한 탄식과 모친에 대한 효심을 아울러 표현한 것이다. 세월은 물처럼 흘러서 흰머리가 나는데, 어머니께서 북당에 계시니 자신의 늙어감을 어머니께 보일 수 없어 흰머리를 자꾸 뽑는다고 하였다. 마지막 수는 젊은이에게 주는 경계다. 시간은 덧없이 흘러가니 소년이라고 자랑하지 말라고 했다. 검은 머리가 곧 흰머리가 된다면서 자신도 젊음이 매양 있을 줄 알고 믿었다가 늙음은 금방 닥치는 것임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15>

동리(東籬)의 오상화(傲霜花)는 금취학령(禁醉鶴翎) 휘둘렀다.

주중선(酒中仙) 도연명(陶淵明)의 높은 벗이 네로구나.

우리도 성은(聖恩)을 갚거든 너를 좇아 놀리라.

 

<16>

묻노라 태화산(太華山)아 너는 어이 묵중(黙重)하나

세상 인사(人事)는 조석변(朝夕變)하거니와

아마도 용안불개(容顔不改)는 너뿐인가 하노라.

 

<17>

() 같은 저 반송(盤松)아 반갑고 반가와라.

뇌정(雷霆)을 겪은 후에 네 어이 푸르렀는

누구셔 성학사(成學士) 죽다터니 이제 본 듯하여라.

 

<18>

평생(平生)에 부럽기는 글짓기 술 먹기로다.

이태백(李太白) 유령(劉伶) 후에 시주풍류(詩酒風流) 또 뉘런고.

어즈버 아부동시(我不同時)를 불승개연(不勝慨然) 하여라.

 

<19>

평생에 원하기를 어떤 일 무엇인고.

봉황(鳳凰)의 문장(文章)과 지주(蜘蛛)의 경륜(經綸)이로다.

너희는 쓸 데 없거니 나를 준들 어떠리.

 

그의 사람과 사물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는 작품을 골랐다. 첫 수는 국화를 보고 도연명의 은둔한 뜻을 본받고자 한 것이다. 동쪽 울타리 아래 서리를 무릅쓰고 피어난 흰 국화꽃을 보고 혼란한 세상에 술로 세상을 잊고자 했던 도연명을 생각했다. 동리(東籬)는 도연명의 시 음주(飮酒)’ 5수에 나오는 동쪽 울타리 아래에서 국화를 따다가 멀거니 남산을 바라본다.(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에서 따온 말로 흔히 국화를 함축한다. 금취학령은 흰 국화의 이름인데, 학의 날개같은 흰 꽃잎을 펼친 꽃이다. 임금의 은혜를 갚은 후에 국화와 더불어 놀겠다고 한 것으로 보아 그가 서리로 다닐 때 지은 것이다. 이렇게 그는 국화를 보고 도연명의 풍류를 배우겠다는 태도를 드러냈다. 둘째 수는 태화산을 보고 변함없는 모습을 배우겠다는 자세를 보여준다. 태화산은 중국 섬서성 화음현에 있는 화산(華山)을 말한다. 산을 의인화하여 그 말없이 무거움과 인생사의 조석으로 변하는 모습을 대조하고, 산의 변하지 않는 모습을 닮고 싶다는 것이다. 셋째 수는 장원서(掌苑署)에 있는 소나무를 보고 그 변함없는 절개를 본받고자 한 것이다. 이 시로 보아 그가 서리로 다닌 것이 장원서가 아닌가 생각한다. 장원서는 성삼문의 옛 집터이고 소나무는 성삼문이 심은 것이라고 작품 뒤에 주를 달아 놓았다. 궁정의 정원 관리를 맡았던 장원서에 있는, 키가 작고 가지가 옆으로 퍼진 소나무를 성삼문에 의인화시켜서 벼락을 맞은 후에도 어찌 푸르렀느냐고 묻는다. 성삼문이 단종을 복위시키려다 죽었는데 그의 절개인양 푸르러 있어 반갑다고 했다. 넷째 수는 글 짓고 술 먹는 것을 부러워하여 이백과 유령(劉伶)을 들먹였다. 그들과 같은 때에 태어나지 못한 것이 몹시 원망스럽다고 했으니 두 사람의 술 잘 먹고 글 잘 짓던 풍류와 능력이 부러웠던 모양이다. 그의 호쾌한 기상을 볼 수 있기도 하다. 마지막 수는 봉황의 아름다운 무늬와 거미가 줄을 치듯이 일을 조직적으로 해 내는 지혜를 부러워한 것이다. 이렇게 사람과 사물이 가진 특성을 부각시켜서 그것을 본받고 싶은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20>

이롱(耳聾)과 목고(目瞽)함을 웃지 마소 벗님네야.

청산(靑山)에 눈 열리고 녹수(綠水)에 귀가 밝아

아마도 고치기 쉽기는 이 병()인가 하노라

 

<21>

일어나 소 먹이니 효성(曉星)이 삼오(三五)로다.

들을 바라보니 황운색(黃雲色)도 좋고 좋다.

아마도 농가(農家)의 흥미(興味)는 이뿐인가 하노라.

 

<22>

제 우는 저 꾀꼬리 녹음방초(綠陰芳草) ()을 겨워

우후(雨後) 청풍(淸風)에 쇄옥성(碎玉聲) 좋다마는

어떻다 일침강호몽(一枕江湖夢)을 깨울 줄이 어째오.

 

<23>

청천(靑天)에 떴는 구름 오며 가며 쉴 적 없어

무심(無心)한 흰 빛에 만상천태(萬狀千態) 무슨 일고.

구태여 세상 인사(人事)를 따를 줄이 어째오.

 

<24>

청풍(淸風)이 습습(習習)하니 송성(松聲)이 냉냉(冷冷)하다.

() 없고 조(調) 없으니 무현금(無絃琴)이 저렇던가.

지금에 도연명(陶淵明) 간 후니 지음(知音)할 이 없도다.

 

끝으로 강호자연을 즐기며 한가롭게 사는 모습을 그린 작품을 골랐다. 첫 수는 자신이 세상살이에 귀먹고 눈멀어도 청산과 녹수에는 눈 열리고 귀가 밝다고 하여 세속과 강호를 대비시켰다. 그리하여 강호에 살고 싶은 병은 고치기 어렵다고 했다. 둘째 수는 가을 전원의 새벽 광경을 그려놓은 것이다. 소 먹이려고 새벽에 일어나니 샛별과 별들이 남아있는데, 들을 바라보니 누렇게 익은 벼들이 구름같이 펼쳐 있다. 이런 가을의 여유로운 전원풍경에 더없이 기분이 좋다고 했다. 셋째 수는 봄날 녹음방초 속에 우는 꾀꼬리 소리가 비온 뒤 바람에 실려 구슬 부딪히는 소리처럼 아름답지만, 그 소리 때문에 강호에 심취한 자신의 꿈이 깬다고 하여 한가로운 봄날의 강호자연을 즐기는 모습을 그려놓았다. 넷째 수는 푸른 하늘에 뜬 구름이 햇빛에 비취어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어낸다면서 그것은 마치 세상사의 천태만상을 흉내 내는 듯하다고 했다. 구름의 무심한 왕래와 변화에도 인간사의 변화무상함이 강호자연을 어지럽힐까 염려하는 심정이다. 마지막 수는 맑은 바람에 울리는 소나무의 시원한 소리가 악보에도 곡조에도 없는, 줄 없는 거문고의 환상적인 소리 같다면서, 이러한 자연의 소리를 즐겼던 도연명도 죽고 없으니 이 송뢰(松籟)소리를 알아들을 사람이 없다고 했다. 자연을 벗하여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른 시인의 강호한정을 읊은 것이라 하겠다.

 

<25>

하운(夏雲)이 다기봉(多奇峰)하니 금강산(金剛山)이 일어한가.

()갓튼 부용(芙蓉)이 안중(眼中)에 잇다만은

암아도 보고 못 오른이 그를 슬허 하노라.

 

어구 풀이

<하운(夏雲)> : 여름 구름.

<다기봉(多奇峰)> : 기괴한 봉우리가 많음.

<하운(夏雲)이 다기봉(多奇峰)> : 여름 구름은 많은 기이한 봉우리를 이룸.

<일어한가> : 이러한가.

<()갓튼> : 옥과 같은.

<부용(芙蓉)> : 연꽃

<안중(眼中)> : 눈 속에, 눈 앞에.

<암아도> : 아마도.

<오른이> : 오르니.

<슬허> : 슬퍼.

 

감상

여름 뭉개구름 봉우리도 많으니, 금강산이 이런 모습이런가?

옥처럼 푸른 연꽃같은 봉우리가 눈앞에 펼쳐졌지만,

아마도 보고도 오르지 못하니 그것을 슬퍼하노라.

 

<26>

냇가에 셧는 버들 삼월동풍(三月東風) 맛나거다,

꾀꼬리 노래한이 우즑우즑 춤을 춘다.

암아도 유막풍류(柳慕風流)를 입춘(立春)에도 썻더라.,

 

 

 

 

산과바다 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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