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님 글인 상사몽이 : 박효관(朴孝寬 1803~?)
님 글인 상사몽(相思夢)이 실솔(蟋蟀)이 넉시되야
추야장(秋夜長) 깊픈 밤에 님의 방(房)에 드럿다가
날 닛고 깊히 든 잠을 깨와 볼가 하노라.
<화원악보>
[현대어 풀이]
임을 그리워하는 상사몽(서로 사랑하고 그리워서 꾸는 꿈)이 귀뚜라미의 넋이 되어
기나긴 가을 깊은 밤에 임의 방에 들렀다가
나를 잊고 깊이 든 잠을 깨워 볼까 하노라.
[이해와 감상]
임이 그리워 꾸는 나의 사랑의 꿈이 저렇게 밤을 지새워 우는 저 귀뚜라미의 넋이 된다면 임이 자고 있는 방에도 마음대로 들어갈 수가 있지 않을까? 가을밤에 울고 있는 귀뚜라미의 넋에다가 임을 그리워하는 화자의 꿈을 담아 임께서 주무시고 계신 방으로 들어가, '나'를 잊고 편안히 주무시고 계시는 임을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로 깨워 보고 싶다는 작자의 섬세한 사랑의 표현이 신선하다.
임에 대한 사랑을 직접 말로 하지 않고 '귀뚜라미'를 통해서 은근하게 표현하고 있는 데서, 작자의 조심스럽고 진지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애절한 마음이 기교적으로 표현된, 잘 다듬어진 가작이다. 귀뚜라미 울음소리에 잠 못 이루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가을밤의 대표적인 자연물 중의 하나인 '실솔(귀뚜라미)'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켜 소망하는 바를 이루고 싶어 하는 작가의 발상이 참신하다. '실솔'의 넋이 되어서라도 항상 임과 함께 있고 싶어 하는 화자의 애틋하면서도 간절한 연모의 정을 느낄 수 있다.
[정리]
성격 : 평시조, 연정가
표현 : 추상적인 감정인 연정을 '귀뚜라미'라는 구체적 소재로 형상화함.
구성
-. 초장 : 시적 화자의 상황과 처지를 귀뚜라미에 이입 - 화제 제시
-. 중장 : 가을의 깊은 밤에 임의 방에 들어감.
-. 종장 : 임의 방에 드어가 잠을 깨우는 행동을 통한 소망의 성취
주제 : 가을밤 임 없이 홀로 지내는 외로움과 임에 대한 그리움
[작자]
박효관(朴孝寬 1803~?)은 조선 말 고종 때의 가객이다. 시조 여러 수가 『가곡원류』에 전한다. 조선후기 안민영과 함께 『가곡원류』를 편찬한 가객.
자는 경화景華, 호는 운애雲崖. 가곡歌曲의 명인 장우벽張友璧의 법통을 오동래吾東萊를 통하여 계승받은 명인이다. 1876년(고종 13) 제자 안민영安玟英과 함께 3대 가집의 하나인 『가곡원류』를 편찬하여 가곡 창唱의 연구에 귀중한 자료를 제시하였다. 남달리 대원군의 총애를 받아 운애라는 호를 대원군에게서 하사받았다. 그의 작품 13수가 『가곡원류』에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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