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바다

묻노라 부나비야 : 이정보(李鼎輔 1697~1766)
묻노라 부나비야 네 뜻을 내 몰래라
한 나비 죽은 후에 또한 나비 따라오니
아무리 푸새엣 짐승인들 너 죽을 줄 모르는다.
【현대어 풀이】
네게 물어 보겠거니와, 불나방아 나는 네 의도를 모르겠구나!
한 놈이 죽은 다음에 또 다른 놈이 다시 불 속으로 따라드니
아무리 미물의 짐승인들 너 죽을 줄을 모른단 말이냐.
【어구 풀이】
<부나비> : 불나방의 옛말. 불나비.
<몰래라> : 모르도다, 모르겠구나. ‘∼래라’는 감탄형 어미.
<푸새엣 짐승> : 보잘것없는 짐승. 푸새는 풀ㆍ채소 등의 총칭.
<모르는다> : 모르느냐?. ‘-는다’는 의문형.
【작가 소개와 감상】
이정보(李鼎輔: 1697~1766): 본관은 연안(延安). 자는 사수(士受), 호는 삼주(三洲)·보객정(報客亭). 아버지는 호조참판 우신(雨臣),어머니는 승지 윤빈(尹彬)의 딸이다. 1721년(경종1) 진사시에 합격하여 익릉참봉이 되었으나 곧 사퇴했고, 1732년(영조 8) 정시문과에 급제하여 검열이 되었으나, 1736년 사헌부지평으로서 탕평책을 반대하여 파직되었다. 뒤에 다시 부수찬에 기용되어 부제학·대사간·대사성·승지를역임했고, 1750년(영조26) 다시 탕평책을 반대하여 인천부사로 좌천되었다.
그뒤 이조판서·대제학·예조판서 등을 역임했고, 만년에 벼슬이 판중추부사에 이르렀다. 성품이 엄하고 강직하여 바른 말을 잘하여여러 번 파직당했다. 문에서는 주의(奏議)와 사륙문(四六文)에 뛰어났고, 시조에서는 평시조 뿐만 아니라 사설시조와 엇시조에도 능했다. 총99수의 시조가 여러 시조집에 실려 있으며, 그의 시조는 회고류가가장 많다. 이 가운데 역사상 뛰어난 인물에 대한 회고와 추모를 나타낸 20여 수는 착상이 독특하다.
이외에도 탈속의 경지와 흥취있게 노는 것을 동경하거나, 늙어감을 서러워하고, 애정을 노래하는 등의 다양한 주제로 되어있다. 소재나 시어도 다채롭고 개성적이다. 특히 사설시조는 내용과 소재,시어의 면에서 파격적이라 할 만큼 사대부 시조로서의 기풍을 벗어났다. 이는 위항의 가객들과 가까이 하며 시조를즐겼기 때문에 시풍이 근엄한 격조에서 벗어나 당시 유행하던 풍류적 경향에 가깝게 된 것으로 보인다.조선 영조대를 최후로 장식한 사대부 시조 작가로서, 시조의 주축을 평민층으로 옮기는 교량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감상]
불에 달려들었다가는 죽어 버리는 불나비를 보며, 인간의 처세(處世)를 비유한 시조이다. 벼슬이 좋다고 달려들지만, 그 벼슬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되는 환해풍파(宦海風波) 속에 살아온 작가는, 벼슬자리를 얻으려고 마구 달려드는 사람들이 마치 불나비로 보였던 것이다.
벼슬자리가 좋다고 해서 맹목적으로 너도나도 뛰어드는 사람들, 혹은 당쟁이나 이권 다툼에 피를 보면서도 달려드는 소인배들, 아닌 게 아니라 타 죽을 줄 모르고, 또는 뻔히 알면서도 덤벼드는 군상들은 이 불나비 족속들이다.
저 죽을 줄을 모르고 달려드는 수많은 불나비, 사람도 이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아첨하고 모함하고, 죽고 죽이는 소용돌이 속에 함부로 뛰어들지 말라는 경계(警戒)의 뜻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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