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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에는 꽃이 피네
*** 時調詩 ***/한국 古時調

녹이상제 역상에서 : 김천택(金天澤 1680 말경~?)

by 산산바다 2025.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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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이상제 역상에서 : 김천택(金天澤 1680 말경~?)

 

녹이(綠耳) 상제(霜蹄) 역상(櫪上)에서 늙고 용천설악(龍泉雪鍔)이 갑리(匣裏)에 운다.

장부(丈夫)의 해 온 뜻을 속절없이 못 이루고

귀밑에 흰 털이 날리니 그를 셜워 하노라.

 

현대어 풀이

하루에 천리길을 다니는 좋은 말이 마굿간에서 하는 일 없이 늙어 가고, 잘 들기로 이름난 칼이 칼집 속에 들어만 있을 뿐 한 번도 쓰일 때가 없어 슬퍼한다.

사나이 대장부가 오래전부터 가슴에 품은 뜻을 단념할 수밖에는 도리가 없이 일을 이루지 못하고서

어언 세월이 흘러 이제는 흰 귀밑털이 바람결에 날리니, 벌써 그토록 늙었음을 서럽게 여길 따름이다.

 

어구 풀이

<녹이(綠耳)> : 하루에 천리길을 달렸다는 명마(名馬). 중국 주() 나라 목왕(穆王)의 준마(駿馬) 이름.

<상제(霜蹄)> : 좋은 말. 흰 말굽 또는 천리마의 이름.

<녹이(綠耳) 상제(霜蹄)> : 빠르고 좋은 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녹이상제는 모두 중국 주나라 목왕이 타던 준마(駿馬)이다. <사기(史記)> <주기(周記)>에 나오는 말. 조부가 말을 잘 탐으로써 주목왕에게 사랑을 받아, 녹이 말 네 필이 끄는 수레를 얻었다.

<역상(櫪上)> : 마굿간 위. 마판 위.

<용천(龍泉)> : 예전의 명검(名劍)ㆍ보검(寶劍). 용천검은 옛날에 중국의 장수들이 쓰던 보검(寶劍)을 이름. 용천은 본디 절강성 용천현이란 지명이며, 용천현 남방 9리쯤에 샘물이 있다는데 여기에 칼을 담그면 날이 잘 든다고도 하며, 또 칼을 담그니 화하여 용이 되어 갔다는 이야기도 전하고 있다.

<설악(雪鍔)> : 잘 드는 칼날. 잘 드는 좋은 칼이라는 뜻도 된다.

<갑리(匣裏)> : 칼집 안.

<장부(丈夫)> : 재능이 뛰어난 사나이

<해온 뜻> : 마음먹은 뜻. 생각해 온 뜻.

<속절없이> : 단념하는 도리밖에 없어서, 할 수 없이

<셜워> : 서러워

 

감상

김천택은 숙종(肅宗) 때 잠시 포교(捕校)를 지낸 바 있을 뿐 무인(武人)이 아니다. 그러므로 초장의 녹이 성제와 같이 하루에 천리를 간다는 말이나, 용천검과 같이 잘 드는 칼은 모두 인용(引用)으로서, 의지와 기백을 나타낸 것이 지나지 않으나, 지은이의 가도(歌道)에 대한 큰 뜻에 통하리라.

이 시조가 노래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의지나 용맹 그것이 아니라, 의지나 용맹을 숭상했던 사람의 늙음과 그 늙음이 가져오는 허망함이다. 지은이는 귀밑에 찾아온 늙음을 만지면서 기왕의 기상과 못다 편 포부를 못내 아쉬워하고 있는 것이다.

 

* 김천택(金天澤: 1680 말경~?) : ()는 백함(伯涵), 또는 이숙(履叔)이며, ()를 남파(南坡)라고 일컬었다. 벼슬은 포도청(捕盜廳)의 포교(捕校)를 지냈을 뿐, 진작부터 창곡(唱曲)을 즐겨, 금객(琴客)인 김성기(金聖器), 가객(歌客) 김수장(金壽長)과 더불어 친교가 두터웠다. 영조(英祖) 4(1728)에 우리나라 최초의 시조전집(詩調全集)으로 꼽히는 청구영언편찬하였으며, 그 자신도 해동가요57()를 남겼다. 다만 그는 가창(歌唱)을 위한 노래를 지었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음률적(音律的)으로만 다듬어졌을 뿐, 문학작품으로서는 여타의 작가들에게 미치지 못한다는 논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가 김수장과 더불어 침체되었던 단가(短歌)를 부흥시킨 공적은 높이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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